LG 박용택(37)이 통산 2000안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택은 11일 잠실 NC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1760경기 만에 37세3개월21일의 나이로 개인통산 2000안타를 완성했다. 이로써 양준혁(삼성·2007년), 전준호(히어로즈·2008년), 장성호(한화·2012년), 이병규(LG 9번·2014년), 홍성흔(두산·2015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6번째로 대기록을 달성했다.
개인통산 2000안타는 100안타씩 20시즌을 꾸준히 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어려운 기록이다. 박용택은 2002년 프로에 데뷔해 86안타를 친 2008년을 제외하고 무려 14시즌을 100안타 이상씩을 때려냈다. 2012년부터는 KBO리그 최초 4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 5년 연속에 도전하고 있다.
박용택의 2000번째 안타는 멋지게 완성됐다. “가능하면 홈구장(잠실)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안타로 기록을 달성하면 좋겠다”던 그의 바람은 통했다. 1999번째 안타를 1-1로 맞선 3회 1사 1·3루서 우전 적시타로 만들었다. 8연승을 이끈 결승타였다. 2000번째 안타는 추가점이 필요했던 7회 2사서 나왔다. 볼카운트 2B-2S에서 NC 2번째 투수 원종현을 상대로 슬라이더를 받아쳐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비록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기술적으로 만들어낸 안타로 2000번째 히트를 장식했다.
박용택에게도 ‘2000안타’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그는 “내가 야구를 시작하면서 2000안타를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 20대는 실패와 좌절의 공간 속에 있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야구인생이 2009년 터닝포인트를 맞았다고 했다. 당시 0.372(452타수 168안타)라는 고타율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30대가 되면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 30대가 되면서부터 야구기량을 더 꽃피우고 있다.
물론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대는 혼돈 속에서 맨몸으로 부딪쳤다면, 30대가 되면서부터는 더 철저하게 야구에 대해 파고들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몸 관리부터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야구에서 9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심리적 부분까지 컨트롤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용택은 2000안타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야구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것만큼은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매일 치열하게 야구와 싸우고 있다. 2000안타에 안타 2개를 남겨둔 이날 경기 전 “(3000안타까지) 1002안타가 남았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임하겠다”는 말이 허투루 하는 농담이 아닌 이유다.
● LG 박용택=울컥했다. 2000안타 기록도 좋지만 2000안타에 결승타가 포함돼서 좋고, 팀이 8연승해서 더 기분 좋다. 2008년 규정타석도 못 채우고 처음으로 2군도 가보는 좌절을 맞보면서 2009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 2000안타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한 시즌 20홈런, 100타점 같은 기록을 못 해본 게 아쉽다. 앞으로 타격에 있어서 더 발전시킬 자신이 있으니 다른 기록에도 도전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