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한가운데 세워진 오륜기 조형물 앞에는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습니다. 올림픽 요트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백사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여느 곳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해변이었습니다. 해변 바위 곳곳에 기름때가 덜 빠진 듯 남아 있는 검은 얼룩만 빼면 말이죠.
마리나 다 글로리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수질오염이 문제가 됐던 곳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사실상 ‘똥물에서 수영하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 박테리아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요트경기장 인근 해변은 듣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바다에선 악취를 맡을 수 없었습니다. 청정 해역처럼 맑지는 않았지만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는 꼬마 아이를 부모들이 지켜볼 정도로 수질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0대 중반의 남자 아이들은 윗옷을 벗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수백 명도 백사장에 누워 요트 경기를 즐겼습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키프로스공화국의 한 카메라맨은 “직접 수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듣던 것과 달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경기를 펼친 요트 국가대표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트 남자 RS:X에 출전한 이태훈(30)은 “두 달 전만 해도 입에 물이 들어가면 생수로 헹굴 정도로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악취도 없고 괜찮다. 종목 특성상 물속에서 키를 잡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팔에 걸리는 것도 거의 없다. 예전에는 바다에 수백 L씩 거침없이 쓰레기를 쏟아 붓던 브라질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잘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씩 쓰레기를 걷어내는 배가 뜨다 보니 확실히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2014년부터 매년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았다는 요트 남자 레이저의 하지민(27)도 “2년 전만 해도 바다에 소파가 떠다닐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나 매년 수질이 괜찮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보다 낫지 않으냐”고 되물었습니다. 함께 경기를 치르는 외국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물론 감추고 싶은 바다의 얼굴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백사장에는 파도에 밀려 온 빈 플라스틱 병과 나무판자 등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만 보던 바다와 눈앞의 바다는 확실히 달라진 게 분명했습니다.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 만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