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워낸 올림픽 꽃’ 장혜진, 그녀를 키운 8할의 시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2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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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30·LH). ⓒGettyimages/이매진스
장혜진(30·LH). ⓒGettyimages/이매진스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4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달라고 부탁했다. 6월 태릉선수촌에서 마주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여자대표팀 ‘캡틴’ 장혜진(30·LH)은 웃으며 담담히 “그게 내 실력이었다”고 대답했다.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양궁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1점차로 장혜진은 고개를 숙였다. 올림픽 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긴 여정에서 그녀는 끝내 고배를 들었다. “런던올림픽은 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시간이 다시 흘렀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4월 대전 유성에서 진행된 올림픽국가대표 최종선발전. 또 1점이 운명을 갈랐다. 후배 강채영(경희대)을 딱 1점차로 따돌리고 리우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장혜진은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미안함과 기쁨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만약’을 전제로 다시 물었다. 리우올림픽도 비슷한 상황으로 출전하지 못했다면? 좀 더 구체적인 코멘트가 나왔다. “올해 선발전에서 좌절했다면 다시는 양궁을 하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떨어져야 했던’ 4년 전과 지금은 전혀 다르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설렘은 아주 짧았다. “탈락을 반복하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며 선발전을 준비할 때처럼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뒤에도 정말 독하게 준비했다. 앳되고 고운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는 굳은살로 가득하다. 하루 300차례 이상 활시위를 당겼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결전의 시간이 왔다. 리우올림픽 개막 초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 최미선(20·광주여대)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장혜진은 12일(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끝난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도 값진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트점수 6-2(27-26 26-28 27-26 28-27)로 리사 운루(독일)를 제압하며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역대 8번째 올림픽 최고 여자궁사이자 역대 7번째 올림픽 여자양궁 2관왕의 영예를 동시에 누렸다.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를 전한 장혜진은 뒤로 돌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는 벅찬 감정도 있었지만 4강에서 꺾은 ‘절친’ 기보배에 대한 미안함, 갑작스런 바람의 영향으로 8강에서 무너진 ‘막내’ 최미선에 대한 안타까움이 점철된 눈물이었다. 물론 힘겨웠던 대회 준비과정 역시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부 최종일인 이날, 장혜진의 레이스는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6강부터 남북전을 펼쳐 시선을 끌었고 4강에서는 기보배와 ‘코리안 신궁’ 대결을 펼쳤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버텨낼 수 없는 상황. 그녀는 “경기를 즐겼다”고 했다. 지난해 프레올림픽을 참관선수 자격으로 지켜본 장혜진이다. 초청선수들이 사선에서 활을 당길 때, 자신은 공식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틈을 타 몇 차례 활시위를 당겨본 것이 전부다. 그 때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내년 이 자리에 꼭 서리라!”

정말 그렇게 됐다. 원 없이, 그리고 행복하게 장혜진은 올림픽을 즐겼다. 좌절 속에 희망을 찾고, 아픔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껍질을 깬 ‘늦깍이’ 신궁의 역사가 화려하게 열렸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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