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리우올림픽 전 종목 석권’ 태극양궁의 숨은 원동력, 지원+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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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13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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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왼쪽)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경기장에서 펼쳐진 시상식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양궁협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왼쪽)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경기장에서 펼쳐진 시상식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양궁협회
“여러분, 지금 뭐가 필요해요?” “어떤 걸 해드릴까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양궁인들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현장을 자주 찾아 양궁계의 의견을 두루 경청했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지시는 없다. 양궁 인들도 스스럼없이 자신들이 꼭 필요하다 싶은 부분을 불편해하지 않고 전달했다. 단순한 액션은 아니었다. 반드시 실행에 옮기도록 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를 지역의 ‘그저그런’ 팀에서 ‘최강 명문’으로 도약시킨 정 회장의 물심양면 후원에 양궁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종목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한민국 양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찬(23·현대제철)이 장 샤를 발라동(프랑스)을 세트점수 7-3(30-28 28-26 29-29 28-29 27-26)으로 꺾고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4년 전 런던대회 오진혁 이후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역대 2번째 선수로 남은 구본찬의 활약 속에 앞서 남녀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장혜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양궁 4종목 싹쓸이’의 새 역사를 썼다.

완벽한 결실을 맺은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정 회장의 역할은 실로 컸다. 양궁협회는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자마자 올림픽 시뮬레이션에 나섰다. 지난해 9월 테스트 이벤트(프레올림픽)와 올 1월 브라질 상파울루 전지훈련에서 보고 느낀 부분들을 두루 반영해 태릉선수촌 양궁장을 최대한 올림픽 현장과 가깝게 꾸몄다. 사선과 표적 높낮이, 라이트 조도까지 맞춰 훈련을 했다. 아주 작은 오차까지 잡아내는 수억 원짜리 표적장비를 유럽에서 맞춤 제작해 들여왔고, 자동차 제작 기술을 활용해 활의 손잡이(그립) 모양까지 개인에 따라 정확히 교정시켜 태극궁사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그렇다고 현직 대표팀에만 모든 지원을 쏟지는 않았다. 한국양궁은 타 종목들과 비교해 인력풀이 굉장히 넓다. ‘낙타의 바늘귀 통과보다 양궁대표가 되는 게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실력이 고만고만해 누가 태극마크를 달지 예측할 수 없다. 어제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되고, 차기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이유다. 그래서 해외로 떠날 때마다 가능한 많은 후보군을 동행시켜 경험을 쌓고 분위기를 익히도록 했다. 리우올림픽에서 양궁여자대표팀 주장으로 단체전 및 개인전을 휩쓴 장혜진(30·LH)이 국가대표 2진으로 지난해 프레올림픽에 동행한 선수다.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회 초청 선수들이 활을 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반드시 이 자리에 서리란 각오를 다졌다”고 밝힌 바 있다. 감을 익히는 것은 물론, 긍정의 자극을 불어넣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온 셈이다.

리우 현지에서의 대비도 철저했다. 올림픽 선수촌과 약 40분 거리의 삼보드로모 경기장 주변은 리우에서도 악명 높은 우범지대로 꼽힌다. 가뜩이나 불안한 브라질의 치안에 선수단 안전문제가 화두가 됐다.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수고도 동시에 덜어야 했다. 고민 끝에 양궁협회는 경기장과 인접한 지역에 컨테이너 박스를 들여와 우리 선수들만을 위한 작은 휴게실을 마련했다. 현지에서 고용된 경호원들이 안전을 책임졌다. 머나먼 거리를 왕복하는 수고를 해야 했던 타 종목 선수들은 물론, 외국 선수단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궁의 ‘전 종목 석권’ 현장을 지킨 정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잘 되는 집안’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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