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왕국’이 될 것만 같았던 KIA의 선발 걱정은 시즌 끝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5선발 퍼즐을 채우려는데 이번엔 외국인투수 지크 스프루일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지크는 14일 광주 한화전에서 호투를 펼치다 6회초 김태균에게 2점홈런을 허용한 뒤,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됐다. 사실 KIA 코칭스태프는 직전 등판 이후 경미한 불편함을 호소한 지크를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해 일주일 만에 등판하도록 배려한 상태였다.
시즌 내내 기복은 있었으나, 지크는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켜왔다. 올 시즌 24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해 8승11패 방어율 5.50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들어서는 부진의 정도가 깊어져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난달 8일 잠실 두산전 7이닝 2실점 승리 후 부진을 거듭해 3연패에 빠져 있었다.
지크는 15일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결과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16일엔 서울로 올라와 재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통증이 완화되기 전까지 등판이 불가능하기에 15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향후 스케줄이 결정된다.
KIA는 이번 주 kt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롯데와의 부산 원정경기를 치르고, 다시 안방에서 LG를 만난다. 지크의 이탈로 당장 선발진 2자리가 구멍이 났다.
당초 코칭스태프는 비어있던 5선발 자리에 좌완 고효준을 테스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트레이드 마감일에 선발 임준혁을 SK로 보내면서 맞교환한 고효준은 이적 후 6경기서 방어율 1.35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KIA에 부족한 왼손 불펜으로 제 몫을 해줬다.
특히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짧은 이닝은 물론, 12일 고척 넥센전에선 2.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으며 긴 이닝을 막을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올 시즌 KIA는 선발진 공백으로 무려 15명의 투수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고효준이 선발로 나선다면, 16번째 선발투수가 된다. KIA는 구멍 난 선발 탓에 최근 들어 매주 1경기는 불펜투수들을 집단 기용해 짧게 끊어가는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고효준을 통해 이 패턴을 탈피하고자 했으나, 이번엔 지크가 말썽이다. 투구이닝 전체 1·2위인 헥터 노에시(153.1이닝)와 양현종(151이닝)이 아니었다면, 마운드가 연쇄 붕괴됐을지도 모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