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슬퍼보이는 금메달리스트, 리세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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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조대표팀의 리세광이 1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자개인 도마 금메달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체조대표팀의 리세광이 1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자개인 도마 금메달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금메달리스트.’

리우 올림픽 남자 체조 뜀틀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리세광(31)에 대한 브라질 현지 언론의 평가다. 리세광은 15일(현지시간) 리우 올림픽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시상식에서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리세광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사람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다.

시상식을 끝난 뒤 리세광은 한국 기자들에게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주고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 승리의 보고, 영광의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하는 이세광에게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학선 선수가 체조를 대표하는 게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짧게 대답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리세광은 뒤늦게 답변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은 듯 “그저 치료를 잘 받아서…”라고 말끝을 흐린 채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리세광은 그러나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는 “금메달은 저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금메달은 조국에 바치는 선물”이라며 “이 금메달로 조국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금메달을 따내 조국에 승리감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리세광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여성이 리세광의 곁에 꼭 붙어 인터뷰의 답변 방향을 미리 잡아줬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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