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고척돔은 여느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은 정해진 대로 훈련을 진행했고, 염경엽 감독도 3연패에 빠진 팀 걱정이 커 보였다. 그러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히어로즈 야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그 공간에 부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둘의 부재 기간은 기약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히어로즈 야구단 이장석 대표이사는 16일 오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검찰로부터 이 대표의 ‘공범’으로 지목돼,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남궁종환 부사장 겸 단장도 고척돔에 없었다. 가장 우려했던 히어로즈 야구단의 경영권 공백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 히어로즈 야구단 운영 괜찮을까?
사실 선수들에게 횡령·배임이라는 법률 용어, 홍성은 레이니어 회장과의 지분 분쟁은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견급 선수는 “그런 것에 영향 받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프런트 실무진은 말할 것도 없고, 감독, 코치, 고참급 선수들은 아무래도 사태의 중대성을 감지하고 있다. 염 감독은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당장 야구단의 일을 의논할 프런트의 대화 파트너가 사라진 상황이다. 당장이야 게임만 하면 되니까 별 공백을 못 느끼지만 포스트시즌과 향후 시즌의 준비 등 장기플랜을 짜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예견된다. 야구단 경영에서 이 대표와 남궁 단장의 역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만큼 경영권 공백이 발생하면 자칫 의사결정이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히어로즈 야구단에 관계된 한 인사는 “야구단 가치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 지분 분쟁도 의미가 있는 일인데 큰일이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 히어로즈 야구단의 경영권은 어디로?
재판까지 가야 되는 수순을 거쳐야겠지만 어찌됐든 이 대표-남궁 단장 체제의 존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KBO는 16일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이상,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BO정관 제3장 제13조에 따르면 ‘임원 간의 분쟁·회계 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를 하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 대표가 구단주가 아닌 대표이사 신분이기에 해임이 가능하다. 관건은 그렇다면 이 대표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누구에게 경영권을 맡기느냐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의 소식통은 “어떤 시나리오가 돼도 홍성은 회장이 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가 경영권을 빼앗기는 선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자기 지분과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지키고, 복귀할 때까지 맡아줄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이 지점이 미지수다. 일단 남궁 단장은 법적으로 어렵다. 박세영 구단주는 투자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스폰서 유치 등 야구단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 히어로즈 야구단이 불확실성의 한가운데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