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비치발리볼 보자” 코파카바나 해변 밤마다 구름 관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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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폭발에 암표 52만원 넘기도
개최국 성적 부진한 브라질 팬들 “비치발리볼-축구만 잘나가면 OK”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자리한 비치발리볼 경기장.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관중석은 브라질에서 비치발리볼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사진 출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페이스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자리한 비치발리볼 경기장.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관중석은 브라질에서 비치발리볼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사진 출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페이스북
“축구랑 비치발리볼만 잘나가면 아무 문제없어요.”

16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만난 현지 주민 카리오카 클라라 보르헤스 씨에게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그는 비치발리볼 경기장 바로 옆 해변에 자리 잡은 펍에서 친구들과 함께 TV로 브라질과 스웨덴의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4강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라질은 승부차기 끝에 스웨덴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펍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향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카밀라 멜 씨는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비치발리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코파카바나 해변은 비치발리볼의 영혼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이 독일을 상대로 점수를 올릴 때마다 삼바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비치발리볼 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토요일이던 14일 경기 때는 앞자리의 암표 값이 1500헤알(약 5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이날 밤 11시 59분에 여자부 경기를 배정하는 등 경기장을 ‘클럽화(化)’하면서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유도했다.

브라질 사람들만 유독 이 두 종목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통계 자료로 각종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www.fivethirtyeight.com)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당시 전 세계 TV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인기 종목 순위를 매긴 뒤 인기에 따라 메달 가치를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축구에서 딴 금메달 한 개는 다른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 12.9개(1위)만큼 가치가 있었다. 비치발리볼(7.7개) 역시 농구(8.0개)에 이어 3위다. 인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따도 금메달 20개를 딴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비치발리볼 준결승 결과도 브라질 팬들의 바람대로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알리송 세루치(31)-브루노 오스카르 슈미트(30) 조, 여자부에서는 아가타 베드나르주크(33)-바르바라 세이샤스(29) 조가 각각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4연패를 노리다 브라질에 발목이 잡힌 미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 케리 월시 제닝스(38)는 “비록 우리를 응원해 주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브라질 팬을 사랑한다. 그들은 항상 우리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날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로 종합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그리스(15위) 이후 개최국으로는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비치발리볼과 축구에 금메달이 남아 있는 이상 브라질 팬들은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1시 온두라스와 준결승을 치른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우올림픽#비치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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