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22·동아대)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태권도의 희망이었다. 2013년 푸에블라·2015년 카잔세계선수권, 2014년 타슈켄트아시아선수권과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4대 국제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 도전이었다. 스스로도 “금메달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18일(한국시간)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펼쳐진 남자 58kg급 경기는 김태훈이 태권도 인생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부담감이 김태훈의 발목을 잡았다. 16강전에서 세계랭킹 46위 타윈 한프랍(태국)에게 10-12로 졌다. 그야말로 충격적 패배였다. 7-7로 맞선 3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기고 3점짜리 머리공격을 허용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 번 넘어간 분위기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4년을 준비한 올림픽이 단 1경기 만에 끝날 위기였다. 김경훈 스포츠동아 태권도해설위원은 “김태훈이 엄청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태훈도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올림픽 무대는 긴장됐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김태훈이 동메달을 목에 걸 기회가 주어졌다. 다소 색다른 태권도 종목의 패자부활전 방식도 한몫했다. 16강·8강전에서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4명의 선수가 패자부활전을 치른다.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준결승에서 패한 2명의 선수와 2개의 동메달을 놓고 맞대결하는 방식이다.
김태훈은 한프랍에게 8강전에서 패한 사프완 카릴(호주)과의 패자부활전에서 4-1로 승리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여세를 몰아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스(멕시코)마저 7-5로 꺾고 극적인 동메달을 따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메달이었다. 김태훈은 “첫판에서 진 뒤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못해 우울했는데, 그 선수(한프랍)가 결승에 올랐더라. 운이 따라줘서 좋은 기회가 왔다. 메달을 따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태훈의 꿈은 소박하다. “은퇴 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계속 서는 것은 물론, 4년 뒤 도쿄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이번 올림픽을 발판 삼아 완전체로 진화할 김태훈이 기대된다.
김태훈
▲생년월일=1994년 8월 15일 ▲키·몸무게=183cm·60kg ▲소속=동아대 ▲세계랭킹=2위 ▲수상 내역=2013푸에블라세계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타슈켄트아시아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15카잔세계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