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현장을 찾은 전 세계 취재진이 몰려드는 MPC(메인 프레스센터)에는 항상 인파가 가득합니다. 이곳을 거쳐야만 각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탑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고층빌딩인 MPC 내부의 작업실은 늘 자리가 넘쳐났습니다. 지구촌 5000여명의 취재진이 각자 계획에 따라 어디론가 구석구석의 현장으로 떠나기에 비어있는 책상과 의자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이 모이는 이른 아침과 숙소(미디어 빌리지)로 돌아가려는 늦은 밤이 돼야 절반 정도의 공간이 가까스로 찰 정도였죠.
대회가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의 풍경은 중반까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빈 공간이 갑자기 크게 줄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는 기자들로 붐빕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런 광경이 연출됐을까요? 아무래도 자국 선수단의 성적과 상황 등이 일정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숙소에서 저와 함께 생활하는 포르투갈 출신 룸메이트도 대회 첫 주에는 바빠서 서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정오가 다 돼서야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더군요. “포르투갈의 올림픽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야. 대회 초반에는 우리 선수단의 경기를 점검하고, 브라질을 소개하는 주요 관광지 등을 돌아다니느라 좀 바빴는데 이제 일이 많지 않아. 하루에 르포 기사 1개 정도를 시간 맞춰 보내면 끝나.”
그렇습니다. 갈 만한 행선지가 줄면서 MPC로 몰리는 것이죠. 여기에선 수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브리핑과 주요국 선수단의 공식 기자회견도 열리니까요.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은퇴 발표도 미국수영대표팀의 기자회견에서 나왔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예상보다 메달 레이스에서 주춤한 상황입니다. 유력 종목들이 일찌감치 짐을 싸면서 한국 기자들도 ‘일감’을 찾는 데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민 끝에 찾아가도 빈 손. 이곳저곳에서 “오늘은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푸념이 들려옵니다. 선수단이 승승장구해 일거리가 넘치고 바쁘면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은 답답하진 않거든요. 브라질 한량이 된 포르투갈 룸메이트가 그리 부럽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브라질-온두라스의 남자축구 4강전이 펼쳐지고 있는 마라카낭 스타디움 취재석입니다. 탁 트인 초록 그라운드와 시원한 골 폭풍을 보니 꽉 막혔던 머릿속이 조금 맑아진 기분이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기왕이면 이 시간에 우리 선수들을 찾았어야 했는데, 시상식의 애국가를 들어야 하는데….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바쁘고 힘들고, 밤새도록 기사를 써도 좋으니 우리 태극전사·낭자들이 끝까지 분전해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