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품격’ 보여준 이대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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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태권도 첫 2회 연속 메달
8강서 요르단 선수에 패하고도 상대 손 들어주며 축하 건네

이대훈(오른쪽)이 19일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전에서 자신을 꺾은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대훈은 “지난 올림픽 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못 봤다. 아쉽긴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대훈(오른쪽)이 19일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전에서 자신을 꺾은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대훈은 “지난 올림픽 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못 봤다. 아쉽긴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는 법도 아는 남자’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세계 랭킹 2위 이대훈은 1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랭킹 1위 자우아드 아찹(24·벨기에)을 11-7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58kg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대훈은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황경선(30·고양시청)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7kg급에서 동메달을 딴 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하며 3회 연속 메달을 땄다.

1회전(16강전)에서 다비드 실베로 파트리크 부이(28·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게 1라운드 종료 뒤 기권승을 거둔 이대훈은 8강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20·요르단)에게 8-11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부가우시는 우승을 차지하며 요르단에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8강 경기가 끝난 뒤 아부가우시의 손을 높게 들어준 이대훈은 “어릴 때는 패하면 내가 슬퍼하느라 상대 선수가 기쁜 걸 축하해줄 여유가 없었다.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8강 경기 상대는 즐기는데 나는 이기려고 들었다. 그게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에서 금메달 못 딴다고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몇 개월 지나면 다 잊게 될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다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두 번씩 우승을 차지한 이대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우올림픽#태권도#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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