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0m 3연패 이뤘지만…
“코너 돌고나니 다리가 말 안들어 마지막 올림픽?… 아마도 그럴 것”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사진)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던 전날과 같은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1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78로 우승한 볼트는 “코너에서 나왔을 때 다리가 ‘더 빨리 못 달려’라고 말하는 듯했다. 금메달을 따 기뻤지만 그래도 조금 더 빨랐으면 했다. 나이가 드니 회복 속도가 예전 같지 않다.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리우 올림픽 전부터 공언했던 자신의 세계기록(19초19)을 깨는 데는 실패했지만 볼트의 업적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볼트는 육상 역사 최초로 남자 100m와 200m를 3회 연속 동시에 석권했다. 이제껏 100m 연속 우승은 칼 루이스의 2연패(1984, 1988년)가 유일했고 200m에서는 2연패조차 없었다.
볼트는 이날 경기 전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그는 중계 카메라를 보며 삼바 춤을 추듯 스텝을 밟는가 하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들썩이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한 번 가리킨 그는 스타팅 블록에 앉아 자신의 앞에 펼쳐진 푸른 트랙을 응시했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6번 레인에서 앞으로 튀어나왔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듯했다. 경쟁자들은 볼트의 발끝에도 닿지 못했다. 하지만 볼트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옆을 돌아보며 여유를 부리던 평소와는 달랐다.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려고 결승선에서 머리까지 숙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냐는 물음에 볼트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다. 내가 최고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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