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축구팬이라면 ‘드로그신(神)’으로 불리는 디디에 드로그바를 기억한다. 수비수들을 무자비하게 돌파하는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박지성은 “그는 그냥 바위다. 서로 몸이 부딪치면 나가떨어진다”고 평했다. 드로그바는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2006년 월드컵 출전권을 따낸 후 생중계하던 TV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사랑하는 조국 여러분, 일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5년째 내전 중이던 정부군과 반군은 일주일간 총을 내려놓았고 이는 2007년 평화협정으로 이어졌다. 축구 스타가 평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감동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기를 토대로 자선활동에 나서거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에서 스포츠로 평화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월계관상’ 초대 수상자가 된 킵 케이노 케냐 올림픽위원회 의장이 대표적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 1972년 뮌헨 올림픽 육상에서 각각 금메달을 딴 케이노는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케냐 고아들의 아버지’로 불린다.
▷‘탁구 천재’ 유승민이 인지도 열세를 극복하고 IOC 선수위원에 극적으로 뽑혔다. 지난달 24일부터 25일간 매일 15시간씩 발품을 팔아 2만 명이 넘는 각국 선수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 결과였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후 “왕하오를 이겼지만 실력에서 밀린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겸허한 자세로 고백했다. 이런 자세가 ‘IOC 선수위원 역전 드라마’의 바탕이 됐을 것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올림픽 육상 3연속 3관왕이 된 우사인 볼트는 천문학적인 모델료로 거부가 됐다. “무하마드 알리나 펠레처럼 최고가 되고 싶다”며 스포츠 영웅의 반열에 오를 욕심을 냈다. 경기장의 인기가 바깥세상에서 이어지려면 인성도 중요하다. 유승민은 IOC 선수위원 8년 임기를 통해서도 발품을 팔아 스포츠 친선대사로 이름을 남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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