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란 재능의 결과인가, 노력의 열매인가. 이를 둘러싼 학설은 분분하다. 2008년 나온 맬컴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타고난 재능보다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2014년 이를 뒤집는 학설이 나왔다. 미 프린스턴대 등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노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스포츠 분야 18%, 음악 분야 21%에 불과했다. 연습 외에 환경, 나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탁월한 성취가 가능하다는 거다.
▷‘할 수 있다’는 긍정 메시지로 국민적 스타가 된 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는 스스로를 ‘재능 흙수저’라고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다. 선천적인 재능은 기껏해야 1∼2%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천부적 체력을 타고났을까. 천만의 말씀. 국가대표 기초체력 테스트에서 번번이 하위권을 맴돌았다. 남들이라면 제 풀에 포기할 법한 재능과 체력의 한계, 그는 어떻게 뛰어넘었을까.
▷그는 14세 때 펜싱을 시작한 뒤 3년간 하루 6시간만 자면서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훈련했다. 초인적인 노력이 지속가능했던 것은 펜싱을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며 하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 그대로다. 적성과 소질을 찾아서 몰입의 즐거움을 발견한 박 선수는 또래를 향해 들려준다. “안 된다는 기준은 자신이 만든 것이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이 있다. 또 그 다음이 있다. 한계를 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재능과 노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노력만으로 누구나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재능만 갖고 저절로 되는 일도 없다. 이는 학술 연구가 아니라도 웬만큼 나이 먹으면 깨닫게 되는 세상의 이치다. 그러니 ‘수저론’에 경도된 젊은 세대에게 박 선수처럼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다 성취할 수 있다고 압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성실함도 재능의 또 다른 이름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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