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상호(27)는 올 시즌 치열했던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박종윤과 1루를 놓고 겨뤘던 김상호는 돋보이는 타격 능력으로 조원우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최근 중심타순인 5번타자까지 맡게 된 데는 그의 실력과 발전 가능성이 뒷받침이 됐다.
김상호의 주전 등극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상무를 제대한 김상호는 이전까지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4월말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더니 5월과 6월 맹타를 휘두르고 현재 붙박이 주전으로 성장했다. 아직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1루 수비 도중 나오는 실책은 그가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을 말해주고 있다.
23, 24일 울산 2연전은 김상호의 현재 모습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경기였다. 김상호는 23일 울산 kt전에서 수비 도중 발을 뻗지 않고 공을 잡으려다 상대에게 두 차례 세이프를 허용했다. 왼발을 더 뻗었다면 아웃을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캐칭에 신경을 쓴 나머지 이 부분을 순간적으로 간과했다.
다음날 김상호는 경기 전 팀훈련에서 베이스 하나를 들고 3루 덕아웃 앞으로 향했다. 이어 박정환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포구 자세를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어느 방향의 타구가 오든 베이스에서 발을 떼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자세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연습이 끝난 뒤 만난 박 코치는 “전날 아쉬운 부분이 있어 (김)상호와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른 대처방법을 연습하며 실전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습은 바로 효과를 가져왔다. 김상호는 다시 1루수로 나와 박빙 상황에서 왼발과 왼팔을 쭉 뻗고 여러 차례 아웃을 만들어냈다. 특히 3회 kt 이진영의 내야 땅볼 때 유격수 김대륙이 던진 공을 잡는 장면은 몇 시간 전 연습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투수 노경은은 박수를 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풀타임 1년차에 중심타자까지 맡으며 책임감과 부담감을 함께 느끼고 있는 김상호. 배움과 깨달음 속에 미래 롯데의 간판타자가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