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이를 지켜보던 KIA 김기태 감독의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천취소와 경기강행 사이에서 복잡한 마음을 쉽게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삼성-KIA전이 예고된 이날, 홈팀 KIA는 빗줄기 속에서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연습이 막 시작할 무렵인 오후 3시부터 가는 빗방울이 구장을 적셨지만 KIA 야수조와 투수조는 모두 그라운드에 나와 타격과 캐치볼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내세우는, 이른바 ‘잡고 가야하는’ 경기였다. 이범호와 김주찬 등 중심타자들의 방망이도 조금씩 뜨거워지는 시점이라 빗줄기가 원망스러울 법한 상황.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원망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경기 전 만나 김기태 감독은 “연승 분위기를 타고 싶기는 하다”면서도 “28일(일) 두산전 선발이 비었는데 비가 오면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 감독의 설명대로 KIA는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24일 마산에서 NC를 잡은 뒤 다음날 삼성에 승리를 거둬 페이스를 조금 끌어올렸다. 5위 경쟁팀 LG가 최근 상승세로 턱밑까지 추격한 터라 양현종이 나선 경기에 변수를 두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비가 고맙기도 했다. 26일 양현종이 등판할 경우 27일 홍건희 다음에 나올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28일 선발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라 김 감독의 마음도 다급했다. 그러나 26일 삼성전이 비로 취소되며 KIA는 27일 양현종~28일 홍건희를 두산전 선발로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한숨을 돌린 KIA는 지크 스프루일이 다음주 합류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가동한다. 박빙의 중위권 다툼에서 힘을 보탤 구원군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매 경기가 중요하다”며 치열한 싸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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