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줄 모르는 ‘아이언맨’ 김현수, 팀내 위상 달라진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17시 11분


타격기계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박병호(30·미네소타), 강정호(29·피츠버그) 등 코리안 빅리거들이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아이언맨’ 김현수(28·볼티모어)의 선전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6명의 한국인 타자 중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김현수 뿐이다. 시즌 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써야했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위태로웠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변화다.

김현수의 달라진 입지는 누적된 기록에서 볼 수 있다. 30일까지 김현수는 올 시즌 가장 많은 타석(281타석)에 들어선 한국인 타자다. 시즌 초 붙박이 주전자리를 꿰찼지만 마이너리그로 간 뒤 수술로 시즌을 마무리 한 박병호(244타석)를 앞선 지 오래다. 대타 출전이 잦았던 시즌 초와 달리 최근에는 주로 선발로 투입된다는 점도 달라진 팀 내 위상을 보여준다.

김현수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실력 때문이다. 3할 대 타율(30일 현재 0.317)은 물론 출루율(0.394)에서도 팀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장타 위주의 선 굵은 공격을 하는 볼티모어 타자들 사이에서 정교한 타격을 하는 김현수의 희소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티모어는 올 시즌 팀 홈런에서 205개로 30개 구단 중 1위인 반면 팀 타율에서 0.261로 전체 11위다.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큰 부상을 입거나 긴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도 김현수의 강점이다. 김현수는 지난달 한 때 햄스트링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포함됐던 것을 제외하면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 올 시즌 최대 연속 무안타 경기가 4경기였을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지지도 않았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찬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120경기 이상씩 출전했다. 지난 시즌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는 “타격 기본기가 워낙 좋은 선수인데다 시즌 초 팀 내 입지가 불안했을 때도 먼저 영상통화를 걸어와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릴 정도로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슬럼프가 오더라도 잘 털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은 시즌에도 아이언맨의 질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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