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 얇아 속끓이던 KIA… “누구를 빼야하나” 행복한 고민
외국인 선수때문에 낙담하던 두산… 선두 이끄는 3인방에 함박웃음
피말리는 3위 경쟁하던 넥센… 일찌감치 3위 굳히기 돌입 여유
느긋하게 매직넘버 세던 삼성… PS行 막차 티켓 승차 계산 골머리
야구장의 가을은 경기 시간 변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4일 ‘선데이나이트’ 경기로 지정된 SK-NC전을 제외하고 프로야구 5경기 중 4경기가 오후 2시에 열렸다.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야구장 풍경은 1년 전 가을과 결코 같지 않다.
작년 이맘때 KIA는 빠져나간 선수들과 나지완의 부진 때문에 고민했다.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입대로 순식간에 주전 2명이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4번 타자 나지완도 7홈런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KIA는 이제 여느 강팀 못지않게 풍부한 선수 자원을 자랑한다. 넥센에서 무상 트레이드로 친정팀에 돌아온 서동욱이 프로 통산 한 시즌 개인 최다인 홈런 16개를 기록 중이고 나지완 역시 타율 0.309-25홈런-87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지난 시즌 명수비로 이름을 날린 김호령은 지난해 0.218이던 타율이 올해 0.284까지 수직 상승했다. 2013년 KIA 이적 후 최다 경기(107경기)에 나선 김주찬은 타격왕 경쟁 중이다(타율 0.356). 여기에 4일에는 경찰청에서 제대한 안치홍이 합류했고 9월 말엔 상무에서 김선빈까지 돌아온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지난해는 갑자기 선수들이 빠져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라인업에서) 어떤 선수를 빼야 할지 고민이다. 하지만 행복한 고민”이라며 웃었다.
외국인 선수 때문에 울상이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올 시즌엔 외국인 선수 덕분에 웃음이 끊일 날이 없다. 지난해 9월 외국인 선수 스와잭과 로메로는 사실상 전력 외로 평가됐고 니퍼트도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 시즌 니퍼트(18승)-보우덴(14승)-에반스(23홈런)는 두산의 선두 질주를 앞장서 이끄는 트로이카다. 1일 니퍼트가 완투승으로 팀의 1-0 승리를 지킨 뒤 김 감독은 경기 총평으로 “니퍼트” 한마디만 남겼다. 그만큼 두산에서 니퍼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숨 막히는 순위 다툼을 했던 지난가을과 달리 올가을은 한숨 돌릴 여유를 찾았다. 지난해 넥센은 치열한 3위 다툼 끝에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올 시즌에는 일찌감치 3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이 덕분에 염 감독은 순위 다툼에서 한발 떨어져 포스트시즌과 다음 시즌을 구상할 여유가 생겼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막차를 탔던 SK는 올해도 여전히 중위권 싸움 중이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최정’의 존재다. 지난해 순위 싸움이 절정에 치달았던 9월 최정은 봉와직염으로 아예 시즌을 접었다. 그 후 최정의 야구는 와일드카드전 대타 두 타석이 전부였다.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86억 원의 대형 계약을 한 직후라 ‘먹튀’ 비난에 시달렸던 최정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고 나와 개인 최다 홈런(35개) 기록을 세우며 SK의 5강 싸움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올가을 풍경이 ‘상전벽해’처럼 느껴질 한 남자가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 계산에 바빴지만 올해는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위한 승차 계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치고나갈 연승이 필요하다”는 게 류 감독의 진단이지만 부상으로 선발진이 무너진 삼성 전력상 쉽지 않다. 지난가을, 장원삼의 10승과 함께 ‘선발 전원 10승 달성’을 여유롭게 기다렸던 류 감독은 올가을 줄부상에 시달리는 선발투수의 복귀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선발 장원삼-셋업맨 안지만-마무리 임창용이라는 ‘모범답안’으로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이 중에서 지금 삼성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장원삼 안지만은 재활 중이고 임창용은 KIA 유니폼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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