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5일 선임됐다.
단기전인 국제대회에서 김 감독의 지도력은 이미 검증돼 있다. 처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6년 제1회 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한국 나이로 어느덧 70세다. 2009년 한화 감독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물러나 있다. WBC 감독직은 엄청난 부담 속에 자기를 희생해야 하는 자리다. 한국 야구는 왜 다시 한 번 김 감독에게 큰 짐을 지워야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안 부재다. KBO는 물론 김 감독도 현역 프로야구 감독 몇몇에게 WBC 사령탑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소속팀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게 이유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KBO 야구규약에는 ‘국가대표 감독은 현역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전년도 우승 구단, 준우승 구단 감독 순으로 KBO 총재가 선임한다’고 돼 있었다. 이에 따라 2013년 열린 제3회 WBC 사령탑은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삼성의 류중일 감독이 맡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 역시 전년도 우승을 차지했던 류 감독이 다시 이끌었다. WBC 1회전 탈락으로 체면을 구겼던 류 감독은 아시아경기에서는 금메달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3회 KBO 이사회는 ‘대회 개최시기와 비중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KBO 총재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다’고 규정을 개정했다. 국가대표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역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 겸직에 큰 부담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본능 KBO 총재께서 한 번만 더 맡아달라고 해서 수락을 했다. 벌써부터 걱정이 많지만 남은 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떠맡듯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했지만 김 감독만큼 해외파 등 국내외 여러 선수들을 아우를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김 감독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는 최근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부상만 없다면 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에는 오른 손목 수술 후 재활 중인 미네소타 박병호로부터 “감독 선임을 축하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김 감독은 “‘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 가끔 연락하기 바란다’고 답장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막상 선수 구성을 생각하니 믿을 만한 오른손 투수가 없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국가를 위해 봉사할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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