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21·CJ대한통운)와 강성훈(29), 뉴질랜드 동포 대니리(26·캘러웨이)에겐 공통점이 있다. 2부(웹닷컴) 투어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다는 점이다. 강성훈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김시우는 2014년과 2015년, 대니리는 그보다 앞서 2011년과 2013년 웹닷컴투어에서 제대로 고생을 맛봤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TPC보스턴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치방크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한 김시우와 강성훈, 대니 리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던 중 잠시 옛 추억에 빠졌다.
주된 내용은 페덱스컵 순위와 세계랭킹. 매 대회, 그리고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요동치는 탓에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잠시나마 경쟁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우연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 바로 성장의 발판이 됐던 웹닷컴투어의 추억이다. 세 명 모두 지옥 같았던 악몽의 시간을 이겨냈던 무용담과 우승 그리고 PGA 투어 카드를 받았을 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시우는 “2년 전 8경기 연속 컷 탈락했을 때만 해도 아찔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막내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성훈은 “(김)시우는 작년 웹닷컴투어 우승 이후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추켜세웠다.
함께 고생했던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기에 저녁식사는 더 즐거웠다. 그 순간 대니 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강성훈과 김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웹닷컴투어는 PGA 투어 입성을 노리는 예비스타들의 무대다. 신인이나 시드를 잃은 선수들이 PGA로 올라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제 막 프로로 전향한 유망주도 있지만, PGA 투어에서 몇 승을 거뒀다가 내려온 스타도 제법 많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몇 년씩 웹닷컴투어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쓴맛을 보기도 한다.
배고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상금이 PGA 투어의 10분의1 수준이다. 올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웨슬리 브라이언의 상금은 고작 44만9392달러에 불과하다. PGA 투어 1위 제이슨 데이가 번 791만3362달러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며, 순위로 따지면 159위 밖에 되지 않는다. 컷을 통과해도 하위권에 그치면 손에 쥐는 돈은 2000~3000달러에 불과하다. 1000~1500달러의 캐디피를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 말 그대로 웹닷컴투어는 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무대인 셈이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더욱 어렵게 하는 건 현지에서의 생활이다. 먼 이동거리로 인해 체력소모가 많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아 4~5주 연속 경기를 치르고 나면 체중이 5~6kg씩 빠지는 일은 다반사다. 게다가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피를 말린다. 상금랭킹 25위까지 PGA 투어 카드를 주기에 매주 숨 막히는 순위 싸움이 펼쳐진다.
고생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김시우와 강성훈, 대니 리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더 바랄게 없다”면서 “그래도 웹닷컴투어를 뛰면서 실력을 많이 쌓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훈과 대니 리, 김시우는 다음 시즌에도 PGA 투어에서 함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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