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에선 우천 취소 경기 없어… 넥센, 취소 10경기 모두 방문경기뿐
대체로 안방경기에서 성적 좋은데 안방경기 많은 NC와 2위 경쟁 부담
한신은 요미우리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팀입니다. 그런데 요미우리가 일본 시리즈에서 22번 우승하는 동안 한신이 일본 챔피언에 오른 건 겨우 딱 한 번입니다. 센트럴리그 우승도 요미우리는 36번인데 한신은 5번뿐입니다. 실력만 놓고 보면 한신은 요미우리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겁니다.
한신 팬들은 ‘죽음의 방문경기(死のロ一ド)’ 때문에 한신이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한신이 안방으로 쓰는 한신고시엔구장에서는 해마다 8월에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이 구장 이름을 따서 아예 ‘고시엔 대회’라고 부르기도 하는 대회입니다. 이 대회가 열리는 동안 한신은 안방경기를 치를 수 없으니 계속 방문경기 일정만 소화해야 합니다. 당연히 선수들은 지치고 성적을 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1997년 오사카돔(현 교세라돔 오사카)이 문을 열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고시엔 대회 기간에는 오사카돔에서 한신이 안방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고시엔구장과 오사카돔은 차로 25분밖에 안 걸립니다. 문제는 그 뒤로도 한신이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진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자 한신 팬들은 ‘가깝든 멀든 남의 집은 남의 집’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넥센이 해마다 9월 말이 되면 ‘죽음의 방문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9월 말은 그동안 비 등으로 취소된 잔여 일정을 소화하는 기간입니다. 넥센은 5일까지 총 10경기가 취소됐는데 모두 방문경기입니다. 결국 넥센은 최소 방문 10연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천 취소 경기가 늘어나면 방문경기 수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넥센이 안방으로 쓰는 고척스카이돔에서는 경기가 비로 취소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7월 1일에는 5개 구장 중에서 유일하게 고척돔에서만 경기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우천 취소 경기가 선수들에게 휴식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넥센 선수들은 그만큼 불리함을 안고 올 시즌을 소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쉬는 것과 바깥에서 쉬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3위 넥센이 2위 NC에 2경기 뒤진 상황에서 방문 10연전을 치러야 한다는 건 2위 싸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는 안방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6일까지 올해 프로야구에서 안방 팀은 319승 6무 285패로 승률 0.528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넥센은 안방에서 41승 27패(승률 0.602)로 두산(0.641)과 함께 안방경기 승률이 0.600을 넘는 유이(唯二)한 팀입니다.
거꾸로 2위 NC는 우천 취소된 17경기 중에서 12경기(70.6%)가 안방경기입니다. 그만큼 체력을 비축한 상태로 정규 시즌은 물론이고 ‘가을야구’ 경기도 치를 수 있습니다. 또 경기 수 자체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순위 싸움에서는 유리한 점입니다. 순위 싸움을 벌이는 넥센 성적을 봐 가면서 총력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척돔 덕분에 넥센은 목동구장을 쓰던 지난해보다 입장 수익을 89.3%(약 45억3000만 원)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척돔 때문에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서는 손해를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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