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되려면 군대 가라? 상무-경찰청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체계적 훈련 받으며 많은 경기 출전… 신인들 경험 쌓고 기량 향상 좋은 환경
최형우-민병헌 제대후 스타로 성장… 두산은 주전급 대부분 軍복무 마쳐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즌 막판 그라운드에 ‘병풍(兵風)’이 거세다. 3일 경찰청에서 제대한 KIA 안치홍과 롯데 전준우, 두산 홍상삼은 이튿날인 4일 경기부터 1군 경기에 투입돼 화려한 전역 신고식을 치렀다. 안치홍은 2볼넷과 호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했고, 전준우는 첫 타석부터 홈런을 날렸다. 투수 홍상삼은 2점 차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따냈다.

이들은 군대에 가기 전부터 야구를 꽤 잘했던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방출 대상자에서 최고의 거포로 떠오른 최형우(삼성)나 유망주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 잡은 민병헌(두산) 등이 그랬다. 이들은 군대를 다녀온 뒤 ‘선수’가 된 대표적 사례다.

현실적으로 상무와 경찰청은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하면서 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군대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구단은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이다. 두산은 젊은 선수들을 가능한 한 빨리 군에 입대시키는 편이다. 민병헌과 양의지(포수), 허경민(내야수), 박건우(외야수) 등 현재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젊은 선수들에게 군 문제는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해야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이적하면서 생긴 구멍을 군대를 다녀온 뒤 혜성같이 떠오른 박건우가 잘 막아 주고 있다. 박건우는 6일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를 치며 올 시즌 타율 0.347에 18홈런, 72타점을 기록 중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상무나 경찰청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가 곧바로 1군 무대에서 주전을 꿰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리그의 수준 향상과 함께 선수층이 두꺼워진 최근에는 신인급 선수가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상무와 경찰청에 입대한 선수들은 프로 못지않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퓨처스 리그(2군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해 넥센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신재영은 “경찰청은 야구밖에 할 게 없는 환경이었다. 2년간 좋은 가르침을 받고 많은 경기에 나간 게 큰 도움이 됐다. 정신적으로 강해졌고,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군에서 뛰는 동료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며 ‘나도 꼭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절실함도 느꼈다”고 했다.

21일에는 이용찬 이원석(이상 두산), 권희동 이상호(이상 NC), 강윤구(넥센), 한동민(SK), 김혁민(한화) 등이 상무에서 전역해 소속 팀에 합류한다. 시즌 막판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예비역들의 활약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군대#야구#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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