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어린 가드’ 한상혁 “했던 실수 반복하지 않으려고 일지 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8일 17시 14분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국에 가야 돼요. 처음 와봤는데 확실히 프로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일본 교토 전지훈련도 막바지. 첫 전지훈련 소감을 묻자 LG 한상혁(23)은 아기 같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쇳소리로 답했다. 연습경기 때 하도 소리를 질렀더니 그렇게 됐단다.

지난해 시즌 중 입단해 정신없이 한 시즌을 보낸 그에게 아직 프로의 세계는 신비의 세계다. “너무 좋은 데서 자고 밥도 맛있는 것 먹잖아요. ‘와~’ 이러고 있으면 형들이 촌놈이라고 놀려요. 그런데 형들도 신인 때는 다 그랬을 것 같아요(웃음).” 뭐든 잘 먹는다는 한상혁은 “프로에 와서 잘 먹고 체계적으로 훈련하니 확실히 대학 때보다 몸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마른 것 아니냐는 타박에 한상혁은 “그래도 4kg 늘었다”며 해맑게 망고 주스를 들이켰다.

모든 게 ‘처음’인 루키 한상혁에게는 아직까지도 매 순간이 설렘의 연속이다. 프로 들어와 쓰기 시작한 일지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그냥 생각한 거랑 글로 남겨놓고 머릿속에 넣는 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여기(교토) 와서도 계속 적고 있어요. 했던 실수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요.”

누가 시킨 일도 아니다. “저도 대학 때까지는 안했는데 이렇게 적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옛날 것 읽어보면 재밌어요. ‘아, 내가 이랬구나’ 하고요. 감독, 코치님한테 지적당한 부분이나 저한테 하신 말씀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들 적어요.”

이제껏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데뷔전이다. “날짜도 안 까먹어요. 10월 28일 삼성전이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꿈꾸던 농구선수가 됐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또 나름 기죽지 않고 잘했거든요.”

지난해 가드자원이 필요했던 LG는 1라운드 지명권 두 장 중 첫 장을 가드 정성우(23)에게 썼다. 역시 LG에서 기회를 잡고 싶었던 한상혁으로서는 실망할 법한 일이었다. “성우를 뽑으시기에 ‘아~ 틀렸구나’ 했는데 갑자기 좀 이따 제 이름이 불리는 거예요. 제가 잘만 하면 기회를 받을 수 있으니 좋았죠. 감독님도 기회를 많이 주셨고요.”

발 빠른 포인트가드 한상혁에게 가드 중심의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건 큰 복이다. “처음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말이 있어요. ‘가드는 무모함보다는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요. 감독님이 이제껏 좋은 가드들과 호흡을 맞추셨잖아요. 김승현 선수, 김시래 선수도 그렇고. 그러다보니 가드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조언도 잘 해주세요.”

어느덧 2년차. 후배가 생길 날도 머지않다. “작년까지는 실수하면 ‘신인이니까’ 이런 말을 들어도 됐다면 이제는 2년차니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제가 작년 초반에 출장시간을 많이 받다가 중반 이후로 줄었잖아요.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니 그랬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에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서 최대한 코트에 오래 있고 싶어요.”
교토=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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