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저지 능력은 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최근 들어 팝 타임(투수가 포수의 미트에 들어온 뒤 2루까지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강조되는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과 포수의 팝 타임이 빠르면 그만큼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낸 확률도 올라간다. 포수 훈련에서 2루 송구의 비중은 매우 크다. 지도자들은 ‘빨리’가 아닌 ‘정확한’ 송구를 요구한다. 송구 방식, 특히 팔각도는 포수마다 다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송구는 오버핸드이지만, 정확히 던질 수 있는 송구자세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정범모(한화)는 2014시즌 조경택 배터리코치(현 두산)의 조언으로 스리쿼터 형태의 송구를 하게 됐는데, 그 해 85경기에서 0.333(63시도 21성공)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15회 이상 도루저지에 성공한 포수 중 2위였다. 군더더기 동작을 줄이면서 팔각도를 스리쿼터로 고정한 것이 통했다. 당시 정범모는 “내게 가장 잘 맞는 동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화 김성근 감독은 2015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정범모의 송구동작을 오버스로 형태로 바꿨다. “사이드로 송구하는 포수가 어디 있는가. 다 위에서(오버스로로) 던진다. 사이드 송구는 공이 휘어서 야수들이 잡기 힘들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은 오버스로가 ‘정석’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정범모의 지난해 도루저지율은 0.159(44시도 7성공)로 급락했다.
여기서 ‘포수의 송구 자세에 정석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2015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전체 도루저지율 1위 다무라 다츠히로(지바롯데·0.429)는 사이드스로 형태로 송구하는 포수다. 지난해 한화 배터리코치를 맡았던 후루쿠보 겐지가 오릭스 시절 지도했던 포수 이토 히카루의 송구 형태도 오버스로가 아닌 스리쿼터에 가깝다.
물론 감독 또는 코치마다 지도방식은 다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사견임을 전제로 “오버핸드로 던지는 것이 맞다. 사이드 송구는 볼이 싱커처럼 휘기도 하는데, 베이스 위로만 와주면 된다. 베이스 오른쪽에 발을 두고 태그하라고 배웠다. 처음부터 잘 배워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7일까지 KBO리그 도루저지 횟수 1위는 박동원(넥센·37개)이다. 도루저지율도 40.2%로 높은 편이다. 박동원은 어깨가 강한 데다 미트에서 공을 빼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포수 출신인 나카무라 다케시 KIA 배터리코치는 “처음에는 머리 위에서 송구하라고 가르치는데, 그 이후 포수가 편한 자세로 팔꿈치 위치를 조정하기도 한다”며 “사이드로 송구하는 포수가 미트에서 공을 빼는 속도는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