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청용 ‘2002년 4강’ 보고 큰 절친 홍명보 이어 3회연속 월드컵본선출전 눈앞 “마지막 될 수 있는 1경기 1경기가 특별하다”
‘쌍용’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은 한국축구의 ‘현재’를 대표하는 보배들이다. 둘은 2010년 남아공과 2014년 브라질에 이어 통산 3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을 꿈꾸고 있다.
통산 10번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축구에서 3회 이상 월드컵 무대를 밟은 인물은 극히 드물다. 1990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한·일월드컵까지 대표팀의 붙박이 에이스로 명성을 떨친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현 중국 항저우), 황선홍 FC서울 감독(이상 4회) 정도가 월드컵에 꾸준히 출전했다. 다만 황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어 아쉽게도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월드컵을 보며 꿈을 키운 기성용과 이청용은 그로부터 6년 뒤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한창인 시기였다. 그리고 중동의 다크호스 요르단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청용은 2008년 5월 요르단과의 아시아 3차 예선(2-2 무)을 통해 A매치를 경험했다. 기성용은 그해 9월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로 선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이 A매치에 데뷔한 그날, 이청용은 A매치 첫 골을 넣어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002월드컵 당시 터키를 이끌고 3위를 경험한 뒤 서울 지휘봉을 잡은 세뇰 귀네슈(터키) 전 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서서히 주가를 높여간 이들에게 처음 태극마크를 선사한 한국프로축구연맹 허정무 부총재는 “어린 나이였지만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천부적 감각과 센스를 지녔다고 할까. 축구지능도 무척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에게 “장차 한국을 이끌어갈 환상의 콤비”라며 끊임없이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다이아몬드로 키운 귀네슈 전 감독, 20대 초반 영건을 과감히 대표팀으로 불러들인 뒤 착실히 성장시킨 허 부총재의 노력과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이제 기성용과 이청용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남아공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달성에 크게 기여했고, 조별리그 탈락(1무2패)으로 큰 아쉬움을 남긴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나름 역량을 발휘했다.
함께 자라고 함께 꿈을 키운 ‘절친’ 기성용과 이청용의 시선은 이제 2018러시아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중국전(1일·3-2 승)∼시리아전(6일·0-0 무)으로 이어진 아시아 최종예선의 출발이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울리 슈틸리케(독일) 대표팀 감독은 산전수전을 경험한 베테랑 태극전사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9월 최종예선 1·2차전을 위해 선발된 태극전사들 가운데 둘은 A매치 최다 출전자들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기성용은 84경기(8골), 정강이 골절부상을 입었음에도 당당히 일어선 이청용은 72경기(7골)를 뛰었다.
러시아월드컵은 어쩌면 둘에게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나이를 고려할 때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장담할 수 없다. 3월 영국 현지에서 가진 스포츠동아 창간특집 인터뷰에서 기성용은 “어쩌면 (러시아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피로가 쌓이고, 회복주기가 길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A매치 1경기, 1경기가 아주 소중하고 또 특별하다. 간절함으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