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델 퍼디, 감동의 댄스 공연
“의족 신으면 겨울에도 발 안 시려… 현실에 좌절 말고 더 나은 것을 봐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에는 브라질 출신의 톱모델 지젤 번천(36)이 등장했다. 8일 개막한 패럴림픽에서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는 장애인 스노보더이자 모델, 배우, 댄서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에이미 퍼디(37·미국)였다.
퍼디는 5분 동안 이어진 단독 공연에서 산업용 다관절 로봇 쿠카(KUKA)와 춤을 췄다. 퍼디는 19세 때 세균성 뇌수막염을 앓았다. 의사는 생존 가능성이 2%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2개월 반 동안 병과 싸우면서 신장과 왼쪽 귀의 청력을 잃고, 두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끝없는 절망 속에 잠을 자는 게 유일한 일이었던 퍼디는 ‘내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되기 전 라스베이거스에 살다 스노보드가 좋아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까지 했던 그녀는 다시 스노보드를 탔다. 눈 위에 넘어지며 의족이 스노보드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참담함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아버지와 즐겨 추던 춤도 열심히 연습했다.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선정한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자 스포츠 선수’ 명단에 퍼디는 골프의 리디아 고, 테니스의 세리나 윌리엄스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퍼디는 이듬해 미국 슈퍼볼에서 도요타자동차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켈로그와 코카콜라 모델로도 활동했다. 그녀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패럴림픽 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퍼디는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더 나은 것을 봐라. 의족을 신으면 스노보드를 타도 발이 시리지 않고, 긴 의족으로 키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계가 있었기에 삶을 혁신할 수 있었던 퍼디는 남들과 다른 다리 덕분에 리우 패럴림픽의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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