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로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데번 해리스(52)는 “외국에서 호텔에 머물 때 보면 TV를 틀 때마다 ‘쿨러닝’이 자주 나왔다. 그래서 영화 제작사 디즈니에 ‘로열티를 좀 달라’고 했지만 ‘그 영화로는 수익을 못 내서 줄 돈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1993년에 만들어진 영화 쿨러닝은 눈이 내리지 않는 카리브 해 섬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이 우여곡절 끝에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중에서 드라이버를 맡고 있는 데리스 배녹이 해리스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캘거리 대회 때 4인승에 참가했던 해리스는 1992년 알베르빌,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는 2인승 선수로 뛰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7일(현지 시간) “쿨러닝 주인공이 봅슬레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다”며 해리스의 근황을 소개했다. 해리스는 요즘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비를 마련하느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은 2년 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2인승에서 29위를 기록했다.
해리스는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자메이카에 봅슬레이 대표팀이 있느냐’고 묻는다. 내 목표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메이카에 그렇게 걸출한(dominant) 봅슬레이 대표팀이 있느냐’고 묻게끔 바꿔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창 때는 최소 다섯 팀을 내보내는 게 목표다. 남녀 모두 2인승과 4인승 봅슬레이에 대표팀을 출전시키고 남자 스켈레톤에서도 대표 선수를 배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선수들은 육상 대표가 되려다 실패해 봅슬레이를 선택하게 되지만 현실에서는 해리스를 포함해 대표 선수 4명 중 3명이 군인이었다. 또 당시 대표 선수들은 자메이카 아스팔트 위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썰매 코스에서도 훈련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자메이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툰 것처럼 묘사한 것 역시 영화 속 내용일 뿐이다. 실제로 썰매가 뒤집히는 사고를 겪기 전까지 자메이카는 8위권이었고, 최종 순위는 30위였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기록한 14위(4인승)다.
해리스는 “자고 일어났더니 신데렐라가 돼 있었다는 건 이미 경험해 봤다. 평창은 우리에게 벌써 여섯 번째 올림픽이다. 이제 그에 걸맞은 진짜 탄탄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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