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또 악연’ 맨체스터 라이벌, 최고의 전쟁이 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10일 05시 30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리뉴 감독-맨체스터 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리뉴 감독-맨체스터 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를 향한 무리뉴 감독·이브라히모비치의 맨유의 적개심
무대와 팀을 달리하며 16차례 만남은 대개 과르디올라 감독의 웃음으로
주말 맨체스터 더비에서는 어떤 일이?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걸 극도로 꺼린다.”

“남자답지 않다. 항상 소심하고,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다. 한 마디로 겁쟁이다.”

올 여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활약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이적한 세계적인 스웨덴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누군가를 향해 언급한 표현이다. 거침없는 언행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평이 난 이브라히모비치이지만 유독 싫어하는 한 사람이 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전성시대를 열고, 바이에른뮌헨(독일)을 거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에 안착한 펩 과르디올라(45) 감독이다.

이브라히모비치와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9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브라히모비치는 유럽축구 최고의 공격수로 통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에게 거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위해 꾸려진 바르셀로나 공격편대에 이브라히모비치가 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AC밀란(이탈리아) 임대를 택했고, 이후 완전이적하며 헤어졌다.

물론 이브라히모비치가 모두와 대립한 것은 아니다. 존경하는 지도자가 있다. 주제 무리뉴(53) 감독이다. 포르투(포르투갈)~첼시(잉글랜드)를 명문 반열에 올린 무리뉴 감독은 2008년 6월 인터밀란(이탈리아) 지휘봉을 잡았는데, 이브라히모비치는 2006년부터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고 세리에A를 누비고 있었다. 궁합도 좋았고, 마찰도 없었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차가운 인상임에도 불세출의 스타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무리뉴 감독에게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았다. ‘겁쟁이’라는 표현이 아닌, ‘내가 만난 최고의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건 당연지사. 이브라히모비치가 바르셀로나로 향했다가 인터밀란의 ‘연고 라이벌’ AC밀란을 행선지로 택했다는 건 그만큼 과르디올라 감독이 끔찍하게 싫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런데 과르디올라 감독과 무리뉴 감독도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관계다. 만날 때마다 항상 서로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때때로 조롱과 비방을 주고받는다. 바르셀로나에서 악연이 시작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로 활약했는데, 무리뉴 감독은 1996년 잉글랜드 출신 보비 롭슨 감독의 통역 겸 보조 코치로 부임하면서 처음 만났다. 물론 처음부터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에 농담을 건네고 유쾌하게 웃음을 나누며 나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 이너서클’로 향할 수 없었다. 2008년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고, 무리뉴 감독은 인터밀란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와 인터밀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계속 마주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무리뉴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앙숙’ 레알 마드리드로 부임한 2010년 6월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아기자기한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 공간을 잠식하는 축구를 즐기는 과르디올라 감독에 반해 무리뉴 감독은 탄탄한 디펜스와 빠른 역습을 통해 한 방을 때리는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다만 승률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높았다. 각기 팀을 달리한 16차례 만남은 7승6무3패의 과르디올라 감독의 우위였다. 가장 최근 대결은 2013년 8월 열린 UEFA 슈퍼컵으로 바이에른뮌헨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첼시를 2번째 이끌던 무리뉴 감독을 승부차기로 꺾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았으나 이마저 무리뉴 감독이 패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돌고 돌아 3년 만에 다시 만난다. 무리뉴 감독이 끌고 이브라히모비치가 당기는 맨유는 10일(한국시간) 안방 올드 트래포드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와 ‘맨체스터 더비’를 펼친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다. 두 팀 모두 3연승을 달린 가운데, 맨시티가 골 득실에 앞서 1위다. 맨유는 3위. 이래저래 ‘추격자’ 입장의 무리뉴~이브라히모비치의 맨유는 공존할 수 없는 ‘라이벌’이자 ‘앙숙’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맨유를 세계 최강의 클럽으로 성장시킨 알렉스 퍼거슨 경은 무리뉴 감독을 ‘유럽 최고의 지도자’로,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의 바르셀로나를 ‘치명적인 매력의 무적의 팀’으로 꼽는다. 온갖 사연과 풍성한 스토리를 가득 담은 지구상 최고의 축구전쟁이 다가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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