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팀의 마무리로 임정우(25)를 선택했다. “우리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한 가지만 본 것은 아니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표정이 많이 없다’는 얘기에 “나빠도 티를 안 내지만 좋아도 티를 안 낸다”며 “말수도 많지 않다. 마무리로 자질이 있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임정우는 올 시즌 11일까지 59경기에 나가 3승8패, 24세이브, 방어율 4.21을 기록 중이다. 마무리 첫해 24세이브를 올리며 연착륙 중이다. 더 놀라운 점은 1이닝 마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24번의 세이브 중 무려 17번이나 1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물론 시행착오는 겪었다. 임정우는 시즌 초반 부담감 때문인지 4월 한 달간 피안타율이 0.325, 방어율이 5.08에 달했다. 6월 7일 삼성전 0.1이닝 5실점 한 이후로 5경기에서 1세이브·4패를 기록한 적도 있다. 가장 뼈아픈 경험도 했다. 그는 14일 잠실 NC전에서 6-2로 앞선 9회 등판해 7-10으로 뒤집히는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KBO리그에 이어 일본리그, 메이저리그까지 정복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도 항상 마무리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만큼 어려운 보직이 마무리다. 양 감독은 이를 잘 알기에 임정우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 팀 마무리는 임정우”라며 “믿기 때문에 계속 내보내는 것”이라고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시련을 이겨내고 핀 꽃은 더 향기롭다고 했던가. 임정우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조금씩 마무리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양 감독을 기쁘게 하는 건 비단 세이브의 숫자만이 아니다. 마무리로 차근차근 성장해나가고 있는 어린 투수의 모습이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처음에는 볼 1, 2개만 줘도 급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며 “지금은 볼 3개가 들어가도 흔들림이 없다. 기록과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임정우는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도 주무기인 커브로 승부할 줄 아는 담대함을 보이고 있다. 양 감독은 “그만큼 자신의 공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라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마운드 위에서 모습이 좋아지고 있다. 좋은 마무리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해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