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사나이 구로다 ‘기쁨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03시 00분


200억 연봉 뿌리치고 작년 美서 컴백… 친정 히로시마 25년만에 리그우승시켜

불혹을 넘긴 베테랑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동료를 껴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자신에게 첫 프로 유니폼을 선사한 소속 구단이 25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한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의리의 사나이’ 구로다 히로키(41·사진)였다.

히로시마가 1991년 이후 25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히로시마는 10일 리그 2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6-4로 승리하며 경기 차를 15경기로 벌려, 남은 경기 일정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모기업이 없는 시민구단인 히로시마는 연봉 문제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떠나보내면서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28)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히로시마에는 돌아온 구로다가 있었다. 1997년 히로시마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2008∼2014년 7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다저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구로다는 친정팀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기 위해 2014시즌 뒤 일본 무대로 돌아왔다. 200억 원대 연봉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 콜을 마다하고 지난 시즌 연봉 4억 엔(약 43억 원)에 히로시마와 계약 도장을 찍었다.

이전처럼 히로시마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구로다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가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다승 공동 선두인 팀 동료 노무라 유스케, 크리스 존슨(14승)에겐 못 미치지만 10일까지 올 시즌 9승 8패 평균자책점 3.17의 준수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경기에서도 6이닝 6피안타 3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베테랑 선수의 헌신은 팀 후배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그러나 정작 구로다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 시즌 히로시마의 도전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남은 목표는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히로시마는 1984년 통산 세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31년 동안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센트럴리그 우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