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세리나 윌리엄스(35·미국)가 지배하던 세계 여자 테니스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트의 새 강자로 떠오른 주인공은 안젤리크 케르버(28·독일).
왼손잡이 케르버는 생애 처음으로 US오픈 정상에 오르며 세계 랭킹 1위 등극까지 자축했다. 세계 랭킹 2위 케르버는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1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를 2시간 7분의 접전 끝에 2-1(6-3, 4-6, 6-4)로 눌렀다. 그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세계 1위 윌리엄스가 탈락하면서 일찌감치 12일 발표될 세계 랭킹에서 1위 자리를 예약했었다. 우승 상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일반 대회 총상금의 두 배가 넘는 350만 달러(약 39억 원)다. 케르버는 “어릴 때 소원이던 세계 1위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동시에 이룬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고 말했다.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던 케르버는 올해 4대 메이저 타이틀 중 2개를 차지했다. 윌리엄스를 제외한 선수가 시즌 메이저 2승을 거둔 경우는 2007년 쥐스틴 에냉(벨기에) 이후 9년 만이다. 케르버는 올해 윔블던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2위로 마치는 등 꾸준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반면 30대 중반의 윌리엄스는 기복이 심한 모습이다.
끈질긴 수비와 좀처럼 실책이 없는 안정된 스트로크가 강점인 케르버의 우상은 같은 독일 출신의 테니스 전설 슈테피 그라프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그라프 집에 초대돼 레슨을 받기도 했다. 독일 선수가 이 대회 여자단식 챔피언이 된 것은 1996년 그라프 이후 20년 만이다.
남자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세계 3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가 12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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