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레이업 슛을 쏘고 바닥을 디뎠을 뿐이었다. 갑자기 체육관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린 ‘탁’ 소리가 났다. 시선을 밑으로 돌려보니 오른 발목은 이미 살을 뚫고 나오기 직전까지 꺾여있었다. 정강이의 안쪽, 바깥쪽 뼈가 모두 아작 난 순간이었다. 의사는 축구선수도 아니고 농구선수 정강이뼈가 부러진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말, 상무 제대 후 복귀 준비에 의욕이 넘쳤던 LG 정창영(28·가드)은 스킬 트레이닝 훈련 중 당한 이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전역 후 첫 시즌이라 정말 중요한 시즌이었고 스스로도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돌연 큰 부상을 당하고 나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아직도 그의 오른발 무릎과 발목에는 철심을 박은 자국이 선명하다.
동기들은 코트를 날아다니는데 매일 홀로 똑같은 재활 훈련을 반복해야했다. 수술과 재활 모두 처음 해보는 일.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나날은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 복귀하는 방법은 ‘이겨내는 것 뿐’이었다. “내년이면 제 나이도 우리 나이로 서른이예요. 올 시즌이 제 농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잖아요. 저도 선수로서 자리를 잡아야 하니 조급하긴 한데 그래도 급하면 안 되잖아요. 여유를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 LG는 신인 정성우, 한상혁이 포인트 가드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부터는 정창영까지 합류해 ‘가드 3파전’ 경쟁을 벌인다. 정성우는 수비, 한상혁은 돌파, 정상영은 리딩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큰 신장(192cm)을 가진 정창영은 패스나 어시스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 단점인 수비 부분은 시즌 전까지 독기를 품고 보완할 생각이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에도 세 선수는 골고루 테스트를 받았다. 김진 감독 역시 이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세 선수는 서로에게 가장 치열한 경쟁자이자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제가 벤치에 있고 상혁이나 성우가 게임을 뛰면 밖에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안 됐던 플레이 같은 게 나오면 순간순간 작전타임 때 얘기해주고요. 반대로 제가 게임 뛸 때 상혁이나 성우가 ‘형, 저때는 어떻게 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얘기 해줘요.”
갑자기 닥친 부상은 시련도 줬지만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솔직히 저도 이번 시즌 잘한다는 보장, 못 한다는 보장 어느 것 하나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늘 준비하려고 해요. 연습 때도 마찬가지고요.”
큰 기대를 가지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정창영에게 올 시즌이 끝날 즈음엔 어떤 선수가 되어있길 바라느냐 물었다. “아버지가 항상 말씀 하셨어요. (그의 아버지는 농구선수 출신인 정해일 일본 여자농구 샹송화장품 감독이다.) 스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라고요. 일단 올 시즌 시작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교토=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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