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8세 연하 남편의 반짝반짝 금빛 프러포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18시 39분



#.1
8세 연하 남편의 금빛 프러포즈

#.2
최광근 선수가 11일 열린
시각장애 유도 100kg급 결승에서
상대선수를 1분31초 만에 한판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의 패럴림픽 첫 2연패.

#.3
그는 매트에서 내려와 관중석으로 향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의 아내를 와락 껴안았다.
“내가 많이 부족한데 결혼 해줘서 고마워”
늦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금메달 프러포즈였다.

#.4
최광근 선수(29.수원시청)와 그의 아내 권혜진 씨(37.장애인체육회 대리)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처음 만났다.
당씨 권 씨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국제 업무 담당 직원으로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원했다.

#.5
최 선수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권 씨를 계속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권 씨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나이 차가 워낙 커 남자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6
둘의 인연은 2013년 권 씨가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깊어졌다.
그곳에서 대표팀 합숙훈련을 하던 최 선수와 권 씨는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이 늘었다.
권 씨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고
둘은 그해 말부터 연인 사이가 됐다.

#.7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장애와 나이 차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권 씨는 “예의 바르고 꿈이 많다. 가족의 밥그릇은 확실히 챙길 사람”
이라며 부모님과 주변을 설득했다.

#.8
2015년 1월 둘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프러포즈도,
결혼반지도 없었다.
각자 경기와 학업으로 결혼식을 제대로 준비할 상황이 아니었다.

#.9
남편이 결혼반지를 맞추지 못한 것을 마음에 걸려 할 때마다
권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왕 늦은 거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때 프러포즈와 같이 해줘
은메달 따면 평생 은반지 끼고 살 거니까 열심히 훈련해. 약속할 수 있지?”

#.10
9월 11일 시각장애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전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3. 이곳에서 약속대로 금메달을 딴 최 선수는 마침내 미뤄두고 있던 프러포즈를 하게 되었다.

#.11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
아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운전을 내가 도맡아 해야 된다는 것을 빼놓고는
살면서 불편한 점은 못 느꼈다.
한국에 돌아가면 결혼반지를 골라봐야겠다”

-아내 권혜진 씨

원본 리우데자네이루=이승건 기자
기획 제작 김재형 기자 김미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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