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한 시절을 상징하는 골키퍼 김병지(46)가 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0라운드 울산현대-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공식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울산 선수들은 김병지의 은퇴식을 기념하는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이어 경기장에 들어선 김병지는 아들(태백)이 차는 승부차기를 막는 특별 이벤트를 펼쳤다. 은퇴식이 진행된 하프타임에는 경기장 전체를 돌며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어 아들이 크로스한 볼을 헤딩슛으로 마무리하며 ‘골 넣는 골키퍼’ 퍼포먼스도 연출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에서 K리그에 데뷔해 2015년까지 개인통산 24시즌 706경기 754실점을 기록했다. K리그 역대 최다출전 기록을 남긴 그는 골키퍼로는 드물게 개인통산 3골을 넣기도 했다. 울산 소속으로는 2000년까지 9시즌 동안 223경기에 나섰고, 포항으로 이적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164경기를 뛰었다. 이후 FC서울∼경남FC∼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올해 선수생활을 마쳤다. 김병지는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다져왔지만, 지난 여름이적시장까지도 새 둥지를 찾지 못해 결국 골키퍼 장갑을 벗게 됐다.
김병지는 “후보선수였던 나는 한 단계 한 단계 거치면서 값진 경험을 했고, 꿈을 위한 도전과 열정을 가지고 이 자리까지 왔다. 돌아보면 아쉬움마저도 고맙고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열 살에 축구를 시작해 청춘을 다 바쳤다. 보람됐고,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였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에게는 아픈 시간이었던 2002한·일월드컵에 대해선 “평가전 도중 내가 봐도 드리블이 과했다. 히딩크 감독과 베어벡 코치가 쓰러졌다. 다시 돌아간다면 드리블을 자제하더라도 플레이 스타일은 유지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병지는 이미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TV 해설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후배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는 축구아카데미 개설도 앞두고 있다. 또 자신처럼 골키퍼를 꿈꾸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동안 받았던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계획이다. 그는 “‘굿바이’다. 다른 인생을 시작하는데 질책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질책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격려해달라. 난 첫 발을 내디딜 때 정말 부족한 선수였는데, 지도자와 동료들의 질책과 격려 덕에 이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도 질책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