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K리그 더비’가 성사됐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대표하는 명가 전북현대와 FC서울이 각각 상하이 상강과 산둥 루넝(이상 중국)을 제물 삼아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꿈의 매치업’이 완성됐다. 전북과 서울은 대회 결승 진출을 놓고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차전, 다음달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AFC는 유럽리그처럼 대부분 ‘추춘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사정을 고려해 2013년부터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 중 한 팀은 무조건 결승에 오를 수 있게 된 만큼, 국내 축구계는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구단이 빠듯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한 마케팅 활동과 적극적 투자를 단행해온 전북과 서울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당연하면서도 더 없이 반갑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축구인은 “두 팀은 한국프로축구의 자존심이다.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통해 전력을 유지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프로스포츠의 기본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흐뭇한 일이다”며 반가워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은 어떨까. 일장일단이 있다. 비자발급 등 절차도 복잡한 데다 온갖 불합리한 요구와 비협조로 유명한 중국 원정을 피한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만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 그것도 K리그 클럽에 발목을 잡히면 엄청난 후유증에 빠질 수 있다. 시즌 막바지 계획도 전부 꼬일 수 있다는 현실적 걱정과 불안이 엄연히 존재한다.
전북과 서울의 관계 또한 미묘하다. 우선 전북은 서울을 잡을 줄 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전북은 서울에 3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서울 황선홍 감독은 과거 전북에 무척 강했다.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던 2014년 5월이 압권이다. 당시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포항은 전북과의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2013년 FA컵 결승에서도 전북을 꺾었다. 다만 황 감독은 올 여름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전북에 2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서로 좋은 부분만 생각하려고 한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황 감독에게) 과거 전적은 밀렸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내가) 국가대표팀을 맡다가 전북에 복귀한 뒤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다. 황 감독 체제로 전환한 현재 서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울 관계자도 “국내에선 (전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토너먼트는 또 다르다. 나쁜 기억을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