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부터 24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주말시리즈가 빈볼 시비로 얼룩졌다. 계속된 위협구와 이에 대항한 보복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렇게 위협과 보복이 난무하는 것은 야구인들 사이에 빈볼도 경기의 일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단단한 물체에 노출되는 위험한 스포츠인데, 하물며 일부러 사람을 맞히려는 행위가 경기의 일부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빈볼은 경기의 일부일까?
● 야구장이 아니라면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누군가가 사람을 향해 공을 던졌다면 당연히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받게 된다. 나아가 야구공처럼 단단한 물건을 던졌다면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되어 형법이 아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
● 실수로 타자를 맞혔다면
실수로 뭔가를 던져 사람을 맞히면 과실폭행 혹은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우리 법은 과실폭행은 처벌하지 않고,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과실치상죄로 처벌한다. 그리고 과실치상죄도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의 형태로 되어 있어 맞은 사람이 가해자를 처벌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경기에서 실수로 몸에 맞는 공을 던진 경우는 타자에게 1루로의 출루를 허용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경기의 일부’인 것이다. 법률적으로도 이 경우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다. 형법 제20조는 ‘정당행위’라는 제목으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실수로 인한 몸에 맞는 공은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 일부러 타자를 맞혔다면
문제는 일부러 타자를 맞힌 경우다.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동기와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도 상당해야 한다. 또한 보호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힌 경우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고, 일반적으로 누구나 납득할만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빈볼로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상, 나아가 생명의 위험까지 초래하게 되므로 균형도 맞지 않는다. 위협구를 던져야 하는 것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없다. 눈을 씻고 다시 살펴보아도 위법성이 사라질만한 사유는 없는 것이다. KBO 야구규칙 8.02(d)에도 투수의 금지사항 중 하나로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히려고 투구하는 것’이 규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심판은 그 투수를 경기에서 퇴장시키거나 퇴장 경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일반 형법상의 위법성을 야구규칙에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벤치에서 지시했다면
8.02(d)에는 심판이 ‘투수와 감독을 퇴장시키거나 퇴장 경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위협구를 벤치에서 지시한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위협구를 지시한 감독에게 형법상 교사범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형법 제31조의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과 동일한 형태다.
● 실제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데 위협구를 던져 상대 선수가 다쳤다고 해서 실제로 처벌된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스포츠에는 그 종목에 고유한 자율성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고, 이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율성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한계를 넘어섰을 때에는 법률이 개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관중들이 너무 심하다고 눈살을 찌푸리며 스포츠를 외면하게 될 때 등이 그런 경우다.
● 빈볼은 야구의 일부가 아니다
‘야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그것은 빈볼 때문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빈볼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팬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를 보고 싶은 것이지, 위협과 보복으로 가득 찬 스릴러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