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삼성 차우찬 “마지막까지 팔 빠져라 던지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19일 09시 30분


삼성 차우찬은 팀을 위해 “마지막까지 팔 빠져라 던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17일 잠실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차우찬은 팀을 위해 “마지막까지 팔 빠져라 던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17일 잠실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차우찬(29)은 최근 10경기에서 7승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2경기도 잘 던지고도 승리하지 못한 경우였다. 그가 이 기간 소화한 평균이닝은 6.2이닝, 평균 투구수는 113.7개나 된다. 힘이 떨어지는 후반기 ‘잘 이기고, 오래 던지고, 많이 던지는’ 만점짜리 선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즌 전체로 보면 더 대단하다. 평균 투구수가 112개나 된다. 5이닝 이하로 던진 경기는 2.1이닝 9실점했던 7월 7일 대구 LG전 하루뿐이었다. 21경기 중 20경기는 5이닝 이상씩을 던졌고, 7이닝 경기도 10번이나 됐다. 비록 올 시즌 팀이 무너지면서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지만, 기록만은 그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2.1이닝 9실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우찬은 올 시즌 시작이 썩 좋지 못했다. 개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래톳 부상이 겹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6월 복귀했지만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전반기 13경기에서 5승4패, 방어율 5.27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쉬움이 컸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몸도 정말 좋고 구위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부상이 왔다”며 “복귀한 후에도 몸이 아프진 않았는데 너무 오래 쉬고 돌아온 탓인지 몸 컨디션이나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회복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우찬을 가장 괴롭힌 것은 팀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7월 7일 대구) LG전에서 2.1이닝 9실점을 하고 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더라”며 “다행히 7월 들어 몸 컨디션이 돌아오면서 구위가 살아났다. 구위가 살아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최근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많은 투구수? 불펜들이 고생하니까….”

차우찬은 후반기 멋진 반전에 성공했다. 18일까지 8경기에서 6승1패, 방어율 3.23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선발로서는 윤성환(35)과 함께 사실상 유이하게 팀 마운드를 떠받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은 올 시즌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선수는 팀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힘들 때일수록 더 집중하고 노력하며 중심을 잡았다.

차우찬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며 “시즌 내내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고, 연습도 많이 했다. 준비를 한 덕분에 지금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경기당 100개가 넘는 투구수를 소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부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타고난 몸이 튼튼하다”며 웃고는 “올해 선발들이 안 좋다보니 불펜투수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던질 수 있을 만큼 던져야한다. 몸이 안 좋으면 내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갈 텐데 괜찮다. 그러니까 던지는 것이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차우찬.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FA? 한국-미국-일본 다 열어뒀는데…”

차우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발로서 더 강해지고 있다. 그는 “경기를 하면 할수록 제구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웃고는 “선발로 계속 나가다보니까 아무래도 요령이 붙는 것 같다. 공 강약조절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차우찬’ 하면 가장 먼저 시속 150㎞에 달하는 빠른 직구가 떠올랐다. 좌완파이어볼러답게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긴 이닝을 던져야하는 선발이 직구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차우찬도 변화구가 농익으면서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스플리터의 강약조절이 가능하게 됐다. 커브도 카운트싸움을 하기에 괜찮아진 것 같다”며 “공의 속도 편차를 두면서 던지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올 시즌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양현종(28·KIA), 김광현(28·SK), 우규민(31·LG)과 함께 ‘FA 투수 빅4’로 불린다. 최근 활약상만 보면 4명 중 가장 좋다. 그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FA 얘기에 “캠프 때는 솔직히 신경 쓰였는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FA) 생각이 많이 나지 않더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는 “한국, 미국, 일본 상관없이 문은 열어놨는데 오퍼가 와야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팔이 빠져라 던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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