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박성현(23·넵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 선수는 3,4라운드 동안 같은 조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며 마치 국내 대회를 떠올리게 했다. 현지 언론도 “코리아오픈이 무대를 옮긴 듯 하다”고 보도했다.
전인지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9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박성현은 전인지에 4타 뒤진 2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전인지의 54홀 19언더파는 2004년 LPGA챔피언십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메이저 대회 최소타 기록(14언더파)을 넘어선 것이다.
3라운드까지 전인지는 74%의 페어웨이 안착률에 83%의 그린적중률을 기록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전인지(242야드) 보다 16야드가 앞선 박성현도 80% 내외의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적중률을 과시했다. 퍼팅 수는 전인지가 86개로 박성현 보다 3개 적었다. 1,2라운드에서 박성현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치른 중국의 펑산산은 “호리호리한데도 멀리 똑바로 공을 쳐 놀랐다”고 칭찬했다.
전인지는 3라운드 9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지만 15번 홀에서 칩인 이글을 낚는 반전을 이뤄냈다. 박성현 역시 샷 난조에도 인내심을 발휘해 후반 버디 사냥에 성공하며 한층 성숙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전인지와 박성현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170cm가 넘는 큰 키에 장타와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을 겸비했다. 지난 몇 년간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전인지는 201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박성현 역시 2015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전인지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한 뒤 올해 LPGA투어에 진출해 신인상을 사실상 굳혔다. 전인지가 떠난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박성현은 7승을 거두며 시즌 최다 상금 기록(12억897만8590원)까지 갈아 치웠다. 지난해 전인지는 꾸준히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다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빅 리그’ 직행의 꿈을 이뤘다. 박성현 역시 올해 LPGA투어에 5차례 나서 랭킹 29위에 해당되는 상금을 벌었다. 박성현은 내년에 LPGA투어에 뛰어들어 전인지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라운드를 마친 뒤 동반자였던 박성현과 포옹하며 환한 미소를 지은 전인지는 “4년 뒤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인지를 보니 굉장히 잘 치더라. 나도 좋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 미국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프스 산자락에서 열리고 있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와 박성현의 야망이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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