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부상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거물투수 KIA 김진우(33)와 윤석민(30)이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진우는 지난해 7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뒤 1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7월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불의의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9월 1일 확대엔트리에 맞춰 팀에 복귀했다. 윤석민 역시 오랜 기간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 4월 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만 해도 가벼운 통증으로 여기고 머지않아 복귀할 것으로 판단됐지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다. 차일피일 복귀일이 미뤄지더니 8월 30일에서야 1군 엔트리에 돌아왔다.
아직 둘 다 구속과 구위가 과거 전성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관록투를 선보이며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김진우는 과거와 같은 150㎞대 강속구는 아니지만, 147㎞ 가량의 구속까지 회복됐다. 폭포수 같은 커브와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 경기운영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윤석민 역시 구위가 전성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갈수록 희망적이다. 복귀 직후 직구 최고구속은 140㎞ 언저리였고, 대부분 130㎞에 그쳤다. 과거 자신의 고속 슬라이더 구속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험과 요령으로 타자를 잡아나가더니 최근엔 직구 구속이 146~147㎞ 수준까지 올라왔다. 평균적으로 140㎞ 중반은 찍고 있다.
최근 대전 한화 2연전은 둘의 가치를 확인해준 게임이었다. 먼저 출격한 건 김진우. 18일 1-1로 맞선 7회초 2점을 뽑으며 3-1 리드를 잡자 한승혁에 이어 7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진우는 2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하며 사구 1개만 내줬을 뿐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홀드를 따냈다. 시즌 6경기에 구원등판해 1승1패1홀드, 10이닝 5실점으로 방어율 4.50을 기록 중이다.
이어 19일엔 윤석민이 승리의 징검다리가 됐다. 역시 1-1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6회초 2점을 뽑아 3-1로 앞선 상황. 6회말 1사 1루서 구원등판한 한승혁이 2사후 김회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에 몰리자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곧바로 차일목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는 7회 2사만루까지 몰렸지만 하주석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윤석민은 8월말 복귀 이후만 따지면 8경기에 등판해 4홀드 1세이브를 올리며 방어율 0.00(6.2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벼슬도 없이 흰옷을 입고 군대를 따라 전쟁터로 나가는 것을 ‘백의종군’이라 한다. 한때 에이스였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빛나지 않는 중간계투로 백의종군하며 KIA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지는 김진우와 윤석민 라인이 있기에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왔던 KIA의 뒷문이 갑자기 든든해지고 있다. 5강 싸움뿐 아니라 가을잔치에 참가할 경우 상대팀에게 두려움 줄 수 있는 무기로 작동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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