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득점이 나야 이기는 경기다. 득점을 생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홈런이다. 문제는 홈런의 ‘효율성’이다. 같은 홈런이라도 어느 타이밍에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에만 집중했지만 ‘언제’에 주목한다면 다른 유의미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홈런의 질적 가치를 살펴봤다.
● 홈런에서도 묻어나는 두산의 무서움
잔여경기수를 배제하고, 19일까지 KBO리그의 홈런 숫자를 따지면 1위는 SK(174개)이고, 2위는 두산(172홈런)이다. 두산이 SK보다 3경기를 덜한 것을 고려하면 1위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양적 요소를 떠나 일시에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3점홈런과 만루홈런 개수는 두산이 이미 전체 1위다. 두산은 29개의 3점홈런을 터뜨려 SK(22홈런)를 제치고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2위 NC가 20개의 3점홈런으로 뒤를 잇는다. 만루홈런에서도 두산은 6개로 NC(7개)에 이어 2위다. SK와 KIA도 6개의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결국 두산은 빅이닝을 만드는 홈런에 능했다. 그 뒤를 SK와 NC가 이었다. 3점홈런 17개, 만루홈런 6개의 KIA도 나쁘지 않았다. 이 팀들 중 유일하게 SK만 5강이 위태롭다. SK 내부적으로도 거의 안정권이었던 상황에서 8연패로 추락한 현 시국을 딱 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 두산 김재환은 KBO리그 최고의 클러치히터?
반면 3위 넥센과 4위 LG는 3점홈런과 만루홈런 생산이 떨어졌음에도 상위권이다. 이들 팀이 추구했던 야구의 방점이 홈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쪽에서 득점루트를 발굴했다. 특히 타자친화적 목동야구장을 떠나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한 넥센은 19일까지 3점홈런 10개, 만루홈런 3개뿐이었다. 투수친화적 잠실구장을 쓰는 LG도 3점홈런 12개, 만루홈런 3개였다. 반면 타고투저 흐름에서 다득점으로 결판을 내야했던 한화, kt, 롯데는 홈런으로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3점홈런과 만루홈런의 합계에서 한화는 17개, kt는 18개, 롯데는 20개에 불과했다. 한화와 롯데의 타선 무게감을 고려할 때 기대 이하의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두산 김재환의 3점홈런 생산이다. 19일까지 무려 12개의 3점홈런으로 압도적 1위다. 2위 그룹인 NC 테임즈, 나성범, kt 박경수(이상 5개)를 능가한다. 김재환의 3점홈런 숫자는 넥센(10개)보다 많고, LG나 한화(이상 12개)와 같다. 두산은 홈런도 많이 쳤지만 소위 영양가 있는 홈런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재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