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아이돌’ 정수빈(26·두산)은 지난해 자신의 프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571, 5타점, 6득점으로 활약해 팀의 우승을 이끈 것은 물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것이다. 2009년 데뷔 이래 특유의 허슬플레이와 곱상한 외모로 많은 팬을 보유했던 그의 앞길은 더욱 창창하게 열린 듯했다.
그러나 정수빈에게 2016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했다.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타격 부진은 시간을 거듭해도 회복되지 않았고, 그가 나설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었다. 확고한 줄만 알았던 주전 자리는 어느새 동료들의 차지가 돼버렸다. 21일까지 그의 성적은 108경기 0.242, 20타점, 48득점. 한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최하위권에 그칠 만큼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2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수빈은 “사실 올 시즌엔 워낙 못해서 아쉬움마저 따르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시즌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후회도 적지 않았다. 그는 “매년 더 나아지겠다는 기대를 하지만 올해엔 잘 풀리지가 않았다. 뭘 해도 안 되는 시즌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책은 이어졌다. 정수빈은 “타격 부진이 계속되며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고, 기회마저 줄어들어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진의 원인을 결국 자신의 실력 탓으로 돌린 그는 “나 자신에겐 실망했고, 팬들에겐 더없이 죄송하다”며 길었던 터널을 되돌아봤다.
올 시즌 종료 후 군 입대가 결정된 정수빈에겐 이제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페넌트레이스 8경기와 포스트시즌이 입대 전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비록 올 한해 부진했지만 데뷔 첫 해부터 가을야구를 경험한 터라 큰 무대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이 정수빈의 마지막 목표다. 풍부한 경험만큼이나 자신감도 가득 차 있다. 가을야구 각오를 묻는 질문에 정수빈은 확신에 찬 듯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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