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두산은 압도적인 팀 성적만큼이나 여러 부문에서 대기록을 남겨놓고 있다. 팀 역대 최다승(2000년 현대 91승) 도전에 이어 선발투수 4인의 15승 달성이 대표적인 예. 그리고 눈에 띄는 기록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구단 최초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 타자의 탄생이다.
대기록을 앞둔 주인공은 김재환(28)이다. 올 시즌 매서운 장타력을 여과 없이 뽐낸 그는 두산 역사를 새로이 써내려가는 중이다. 21일까지 김재환의 성적은 126경기 타율 0.338, 36홈런, 119타점, 103득점. 꽉 들어찬 수치가 말해주듯 4번타자로서 손색이 없다.
일단 KBO리그 최고의 타자들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타율 8위를 시작으로 홈런 3위, 타점 3위, 득점 7위에 올라 타격 주요부문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상태다. 홈런은 NC 에릭 테임즈(40개)와 SK 최정(39개)을 바짝 뒤쫓고 있고, 타점 생산능력 역시 삼성 최형우(132타점), 한화 김태균(120타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재환의 방망이는 팀 내 역대기록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은 두산의 35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1982년 원년을 시작으로 숱한 타자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이기도 하다.
‘두목곰’ 김동주는 2000년 타율 0.339~31홈런~106타점~78득점으로 100득점에 22개가 부족했고, ‘흑곰’ 타이론 우즈는 2001년 타율 0.291~34홈런~113타점~101득점으로 타율이 조금 모자랐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현수도 홈런 2개 차이로 대업 달성에 실패했다.
물론 이들과 직접 비교하기엔 조금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김재환은 144경기 체제라는 이점을 안고 있기 때문. 그러나 보다 긴 페넌트레이스 동안 높은 타율과 함께 가공할만한 장타력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적임엔 틀림없다.
최근 몇 년간 그를 괴롭혔던 포지션 변화를 이겨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한다. 인천고 포수 출신의 김재환은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올 시즌 처음으로 외야수비에 나섰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적응하기엔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안정감을 찾아 계속해서 주전자리를 버텨내고 있다. 공수에서 도약 중인 김재환의 발걸음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