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26)은 LG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9시즌 1차지명을 받아 이듬해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지만, 그해(2010시즌) 최다실책(27개)의 불명예를 썼다. 특히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실책이 많아 ‘오지배’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2014시즌까지 5년간 4차례나 한 시즌 20개 이상의 실책을 저질렀다. 10개의 실책만 저지른 2011년에는 손 부상으로 출장 경기(63경기) 자체가 적었다. 186㎝·80㎏의 신체조건에 펀치력과 빠른 발을 갖춘 차세대 대형 유격수가 알을 깨는 아픔을 겪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러나 LG는 ‘유격수 오지환’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2시즌 말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오)지환이는 향후 10~15년간 LG의 유격수를 맡아줄 것이다”고 했다. 오지환은 시즌을 치를수록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수비도 갈수록 발전했다. 송구 동작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빠른 공에 대처하는 능력도 향상됐다. 20일 대전 한화전에선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쓴 유격수 중 최초로 한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다. 이제는 명실상부 공수겸장 유격수가 된 것이다. 오지환은 “최초 기록이라 기쁘다”면서도 “팀이 한창 순위싸움을 하고 있어서 개인 기록에 욕심낼 수는 없다”고 했다.
오지환은 이날 5타수3안타3타점의 맹타로 시즌 타율을 0.283(364타수103안타)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올 시즌 목표로 설정했던 ‘타율 0.280’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데뷔 후 처음 전 경기 출장을 기록한 2012시즌(133경기)부터 타율이 0.249, 0.256(2013), 0.262(2014), 0.278(2015)로 매년 상승한 터라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가길 원했다. 오지환은 “무엇보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다 보니 노하우와 여유가 생겼다”며 “팬들에게 내가 한 단계씩 발전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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