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굳히며 사실상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프로야구 두산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승률(0.659)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면 두산은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역대 다섯 번째로 시즌 승률이 높은 팀이 됩니다. 과거에 비해 구단도 경기 수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두산의 압도적인 전력을 느끼게 합니다.
고공질주의 원인은 단연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 ‘판타스틱 4’의 힘입니다. 화수분에 비유되는 두꺼운 선수층은 두 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의 전망을 밝게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두산의 힘은 너무나 막강합니다.
숨은 2%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장타력입니다. 21일 현재 두산의 장타력은 0.471로 10개 구단 중 1위입니다. 2루타는 전체 1위, 홈런은 SK에 이어 2위입니다.
과거 ‘뛰는 야구’를 대표하던 두산은 올 시즌 장타로 무장한 ‘한 방’ 야구로 팀 컬러를 확실히 바꿨습니다.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도루 개수(82개)만 봐도 그렇습니다. 2001년 외국인 타자 우즈(34개) 이후 15년 만에 팀에서 30홈런 고지를 넘은 김재환(홈런 36개)을 비롯해 시즌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인 오재일(25개)과 외국인 타자 에반스(23개) 등 두 자릿수 홈런 타자만 6명입니다. 시즌 절반을 잠실구장에서 치르는 LG가 팀 홈런 9위에 그쳐 있는 것만 봐도 두산의 장타력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두산은 2013시즌에도 장타력 1위를 했지만 홈런보다는 빠른 발이 동반된 3루타가 많았던 영향이 컸습니다.
선발 마운드에 가려 빛을 덜 보고 있지만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구원진의 활약 또한 리그 정상급입니다. 21일까지 두산의 세이브 수는 35개로 KIA와 함께 공동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세이브 성공률은 0.714로 SK와 공동 선두입니다. 뒷문의 두께를 보다 정확히 보여주는 건 세이브 개수보다는 세이브 성공률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리드를 하는 세이브 상황에서 얼마나 승리를 지켜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마무리를 맡던 이현승에 4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김성배, 군 제대한 홍상삼까지 합류하면서 두산 선발진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해주고 있습니다. 21일에는 2009년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용찬까지 상무에서 제대했습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한다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용찬을 즉시 전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가뜩이나 매 경기가 승부처인 가을야구에서는 남은 선발 투수를 중간계투로 투입하는 ‘1+1’ 전략도 자주 나옵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원투 펀치인 니퍼트, 보우덴에 이어 전성기 때 기량의 이용찬까지 마운드에 오른다면 상대 팀으로서는 포기가 오히려 맘 편한 전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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