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팀서 방출당한 33세 넥센 황덕균… 숱한 좌절 이겨내고 14년만에 첫승
다빈치도 51세에 모나리자 그리고 샌더스도 61세에 KFC 사업 시작
프로야구에 입문한 지 14년 만에 거둔 1승.
넥센 황덕균(33)이 1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통산 1승’ 투수가 됐다. 이날 넥센의 선발 투수는 신예 김정인(20). 하지만 김정인이 2회초 실점 위기에 몰리자 황덕균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말 넥센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황덕균의 ‘남은 야구 인생 목표’였던 1승도 이뤄졌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자 황덕균은 그라운드에 나와 야수들을 맞이했다. 넥센 선수들이 오랜 꿈을 이룬 동료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그에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순간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2002년 2차 4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황덕균은 1군 마운드에 한 번도 서지 못한 채 2004년 방출됐다. 이후 군복무를 마친 그는 독립리그에서 뛰며 계속해서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2012년 NC에 입단한 그는 2013년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았지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2014년 한 해를 퓨처스리그(2군)에서 보낸 ‘노망주’에게 구단은 전력분석원 자리를 제안했다. 2013년 결혼해 책임질 가족까지 생긴 그는, 그러나 다시 kt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kt 유니폼을 입고도 그가 마주친 건 절망이었다. 세 차례의 1군 무대 등판에서 3과 3분의 2이닝만 소화한 그는 이듬해 다시 방출됐다. 방출만 세 번째. 네 번째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올 6월 단 한 차례 1군 무대 등판에서 1이닝을 던진 뒤 다시 지난한 2군 생활을 계속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8월에는 2군 무대지만 7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도 이어갔다. 퓨처스리그 시즌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그는 계속 실전처럼 훈련했다. 혹시나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최상덕 2군 투수코치는 ‘올릴 만한 선수가 있느냐’는 손혁 1군 투수코치의 물음에 황덕균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최근 등판한 2경기에서 연속 롱릴리프로 나서 9이닝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황덕균에 대해 손 코치는 “여기 와서 정말 열심히 했다. 이제 (통산 1승이었던) 목표도 바꿔야 한다. 올해처럼만 준비하면 내년 시즌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J K 롤링이 해리포터 첫 원고를 마감한 나이는 30세였다. 모차르트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는 물론이고 작곡까지 해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건 51세, 체조선수 코마네치는 14세 때 10점 만점 7개를 기록하며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비틀스의 첫 콘서트 때 존 레넌은 20세였고, 커널 샌더스가 1009번의 거절 끝에 KFC를 시작했을 때는 61세였다. 올해 당신이 몇 살이든, 당신은 꿈에 도전하기에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았다. ‘예술가는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법을 배운 자들이다.’(사진예술가 데이비드 베일스와 테드 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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