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은 2015~2016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정규리그 4위(승점 64)에 머물렀고, 단판제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탈락했다. 김종민 현 도로공사 감독이 시즌 도중 사퇴하고, 장광균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이끌었을 정도다. 부상으로 도중하차한 마이클 산체스 대신 합류한 러시아국가대표 출신 파벨 모로즈는 이기적인 플레이를 일삼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승후보의 처참한 몰락에 비난이 쏟아졌다.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박기원(6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10년 이후 6년 만에 V리그 무대로 돌아온 박 감독은 25일 ‘2016 청주-KOVO컵 배구대회’에서 신협상무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그는 “복귀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V리그를 대비해야 한다. 정규리그 기간에 항상 좋은 리듬을 유지할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하고, 멘탈을 강화해야 한다. 조급하게 한 경기에 목숨 걸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시선은 벌써 V리그를 향해 있다.
박 감독이 공개한 대한항공의 변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3인 리시브 체제’다. 레프트 2명이 리시브에 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박 감독은 기존의 정지석을 비롯해 김학민, 신영수 등 3명이 리시브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시브 방법도 기존 언더핸드가 아닌 오버핸드(어깨 높이에서 토스하듯 리시브하는 방법)로 바꿨다. 현대 배구에서 목적타로 불리는 플로터 서브가 늘어난 데 따른 대비책이다.
이는 일본여자배구대표팀을 지낸 오야마 카나의 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오야마는 8월4일 일본 스포나비에 게재한 칼럼에서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의 플로터 서브를 언급하며 “공의 변화가 심해 리시버가 이를 컨트롤하지 않고 손에 대기만 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이 튄다. 리시브에 가담하는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도 “플로터 서브로 연속득점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리시브 방법으로는 제대로 받아내기 쉽지 않다”며 “3명의 리시버를 두면 한결 수월해진다.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단계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박 감독은 “대한항공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단번에 뭔가를 바꾸면 선수들도 혼란스럽다. 조금씩 바꾸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겠다. 6명이 아닌 9명 이상의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화려한 배구가 아닌 팀에 도움이 되는 배구를 해야 한다. 오버핸드 리시브 또한 대한항공에 맞는 배구를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