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 주가 멀다하고 감독들의 중도사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올 시즌 도중에만 4팀(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성남FC·포항 스틸러스)이 사령탑을 교체했는데, 중국 장쑤 쑤닝으로 옮겨간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을 제외한 3명(인천 김도훈·성남 김학범·포항 최진철)은 성적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특히 2014시즌 도중 취임한 김학범 감독은 짧은 기간 동안 팀을 잘 추슬러 재건의 기반을 다진 데 이어 올 시즌에도 6강 경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당해 안타까움을 샀다.
감독들의 잇단 퇴진에 축구계에선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구단의 압박은 물론이고 서포터스까지 감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잦아져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시즌 도중 대전 시티즌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는 조진호 상주상무 감독은 “내가 (중도퇴진한) 경험이 있어서 그 기분을 잘 안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지는 것은 맞지만, 잘못된 모든 것을 감독에게만 몰아가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감독이 원하는 만큼 구단이 투자를 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시즌이 끝난 뒤에 해도 된다. 더 이상 구단이나 팬들이 기다려주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24일 수원삼성이 (인천전에서) 다 이긴 경기를 해놓고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기는 모습을 봤다. 선수들이나 코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경기를 했을 때 감독의 심정을 선수들이나 코치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진짜 외로워진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입장에서 타 구단 감독들의 잇단 퇴진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기도 전에 물러나는 일이 봇물을 이루면서 각 구단도 새 감독을 선임할 때 좀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단이 다루기 편한 지도자를 사령탑으로 앉혔다가 마음대로 경질할 것이 아니라, 팀을 바로세울 능력 있는 인물을 선택한 뒤 책임도 함께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책임만 있는 자리에서 그 누가 소신껏 일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