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2015~2016시즌 V리그 최하위(7위)를 기록했다. 36경기에서 7승(29패)을 따내는 데 그쳤다. 외국인선수 군다스 셀리탄스와 알렉산드르 부츠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늘 외국인선수 고민을 안고 있던 우리카드로선 종전 자유계약에서 올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으로 바뀐 외국인선수 선발제도에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직전 시즌 순위가 낮을수록 1순위 지명권을 따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140개의 구슬 중 가장 많은 35개를 확보했지만, 손에 넣은 건 5순위 지명권이었다. 무려 20개나 적은 구슬을 확보한 4순위 삼성화재(15개)보다 낮은 지명순위를 받았을 때의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1~3순위 지명권은 대한항공(20개)~KB손해보험(30개)~한국전력(25개)에게 돌아갔다. 우리카드의 선택은 헝가리 출신 크리스티안 파다르(20)였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24명 중 사전 랭킹이 21위에 불과했던 파다르의 지명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만도 했다.
사전랭킹은 큰 의미가 없었다. 예상외로 파다르는 ‘인기남’이었다. 당시 우리카드를 제외한 3~4개 구단도 파다르의 지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미챠 가스파리니(대한항공)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한 감독은 “제1옵션이 불발되면 파다르를 지명하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다르는 V리그 역대 외국인선수 중 가장 어리고, 키도 196.5㎝로 가장 작다. 그러나 가공할 점프력으로 키가 작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4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배구대회’ 삼성화재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파다르는 무려 44득점(2서브·1블로킹)을 폭발하며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퀵오픈과 오픈, 후위공격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스파이크를 내리꽂았고, 탄력 넘치는 플레이도 합격점을 주기 충분했다.
강철체력은 파다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점프력으로 작은 키의 단점을 메우는 선수들은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 배구인은 “(파다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한다”며 “무엇보다 체력에 놀랐다. 5세트에도 타점이 떨어지질 않더라. 상대 블로킹이 따라붙을 때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타점을 유지하는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 장기레이스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인데, 어린 나이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카드 관계자도 “체력이 좋고, 성품도 훌륭하다. 팀에 녹아들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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