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 시즌 내내 ‘선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교체카드를 2장 다 사용했음에도 외국인농사에 실패했다. 용병 중에는 요한 플란데만이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데 그 역시도 26일까지 11경기에서 2승5패, 방어율 7.56으로 좋지 못하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장원삼이 무너졌고, 설상가상으로 차우찬과 토종 원투펀치 역할을 했던 윤성환마저 어깨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에는 잘 던지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당장 경기에서 던질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정인욱 최충연 백정현 김기태 등에게 기회를 주면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선발로 자리매김할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백정현은 아쉬움이 컸다. 그는 1군에서 기회를 꾸준히 받았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좌완에, 구위가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기복 있는 피칭을 선보이며 자기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했다. 올해도 26일까지 67경기에 나가 4승3패, 방어율 6.55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5.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방어율이 11.12점에 달했다.
‘미운 오리 새끼’였던 백정현은 27일 마산 NC전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그는 NC를 상대로 5.2이닝 2안타 3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에 불과했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3회까지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으며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4회와 5회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 없이 넘어갔다. 비록 6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백정현은 이날 승리로 시즌 5승(3패)과 더불어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동안 8번의 선발 등판에서 1패만을 기록했지만 9번의 도전 끝에 선발로는 처음으로 승을 올렸다. 5.2이닝은 2014년 5월 7일 문학 SK전에서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 타이이며, 이날 던진 109개의 공도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무엇보다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삼성에 한 줄기 희망을 안겼다. 그는 경기 후 “평소보다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가 괜찮았는데 변화구를 잘 섞으면서 쓴 게 주효했다. (이)흥련이와 잘 상의해서 볼 배합을 한 게 잘 됐다”며 “올해 선발등판이 3번째인데 2번째까지는 힘들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히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상황에서도 힘이 남아있어서 잘 막을 수 있었다.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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