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에게 ‘우상’이란 존재는 어릴 적부터 바라보는 지표이자 동경하는 대상이다. 물론 쉽사리 다가갈 수도 없다. 그러나 우상은 언젠간 넘어서야 하는 높다란 벽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선 우상을 뛰어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엔 자신의 우상을 넘어선 타자들이 이어졌다. 한화 김태균(34)과 삼성 이승엽(40)이 대표적인 예. 나란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남들보다 적은 시즌을 뛰었지만, 자신들의 우상이 세운 대기록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 김태균, ‘우상’ 장종훈을 세 번 넘다
김태균은 2001년 프로 데뷔 당시 장종훈(롯데 2군 타격코치)의 후계자로 불렸다. 1990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이어 2차례 정규리그 MVP, 5번의 골든글러브 등 현역시절 최고의 홈런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장종훈.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 연고는 물론 거포 내야수라는 점에서 김태균은 장종훈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입단 첫해 88경기 20홈런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에도 장종훈을 향한 여정은 계속됐다. 2010년부터 2년간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로 잠시 외도에 나섰지만 2012년 친정으로 돌아온 뒤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 중이다.
그런 김태균에게 올 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우상 장종훈을 한 번도 아닌 세 번이나 넘어섰기 때문. 김태균은 8월18일 잠실 LG전에서 통산 1772안타를 기록하며 장종훈이 보유한 1771개의 구단 최다안타를 경신했다. 9월16일 대전 롯데전에선 한 시즌 120타점을 달성해 장종훈의 한 시즌 최다타점(119개)을 넘어섰고, 25일 인천 SK전에선 4타점을 추가해 장종훈의 통산 1145타점을 넘어 1147타점째를 올렸다. 이제 남은 목표는 하나. 68개가 모자란 장종훈의 통산 340홈런을 넘어서는 일이다.
● 양준혁 타점 경신한 이승엽, 득점까지 노린다
이승엽도 2016시즌을 화려한 기록으로 수놓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한일 통산 600홈런과 KBO리그 2000안타를 나란히 달성하고 ‘국민타자’의 위엄을 과시했다.
기록 행진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선배 양준혁(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통산타점마저 경신하며 역대 1위로 올라서는 기염까지 토했다. 이승엽은 8월24일 대구 SK전에서 상대선발 김광현으로부터 1타점 중전안타를 때려내고 통산 1390타점을 기록했다. 양준혁이 6년간 보유하던 KBO리그 최다타점(1389개)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의 새 금자탑은 적은 경기수에서 쌓은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양준혁은 18시즌 2135경기 동안 금자탑을 세운 반면, 이승엽은 14시즌 1739경기에서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일본에서 뛴 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승엽의 꾸준함은 마흔 나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승엽의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시권에 든 부문은 통산득점. 27일까지 통산 1288득점을 기록 중인 이승엽은 양준혁의 1299득점에 불과 11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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